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통권 100권 발간… 300권 출간 목표

대산세계문학총서 통권 100권 발간
문학출판사라면 누구나 '세계문학 시리즈' 발간을 꿈꾼다. 실제로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등 주요 문학출판사들이 각자 브랜드를 걸고 해외 문학작품을 번역, 출간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비슷한 기획으로 보이지만, 사실 각 출판사마다 특징이 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대중성 있는 고전 작품 소개에 중점을 둔다면,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은 최신의 해외 문학작품을 주로 소개한다.

문학관련 '꾼'들이 주목하는 시리즈는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이하 대산총서)다. 대산문화재단의 외국문학번역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을 매년 10권 안팎으로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시리즈다.

'국내 초역, 해당 언어권의 직역,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을 기본 원칙으로 발간하기 때문에 작가와 비평가, 출판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다. 2001년 첫 권으로 펴낸 대산총서가 지난주 통권 100권을 출간했다.

우리만 몰랐던 명작들

대산총서 100권 목록을 보면, 21개국 16개 언어로 쓰인 작품들이이 수록돼 있다. 권오룡 대산총서 선정위원은 "첫 권으로 발간된 <트르스트럼 샌디>는 영국의 전위소설로 18세기 영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꼽힌다.

100권째 발간되는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는 1930년대 사르트르, 카뮈에 앞서 새로운 인간형과 세계인식을 표현한 명작이다. 각 시대 선두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려고 했던 작품을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요컨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명저를 찾아 번역, 소개한다는 것이 대산총서의 원칙이다. 문학계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기적으로 4세기 중국문학 <도연명 전집>, 9세기 아랍 수전노들의 일화를 담은 <수전노>에서부터 최신 문학작품까지 출간됐고, 지리적으로 영미 서유럽 중남미 아시아문학은 물론 국내 처음 소개되는 불가리아 문학인 <발칸의 전설> 등 동유럽 문학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대산총서 목록에는 국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해외에서 명저로 꼽힌 작품이 대부분 차지한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사무국장은 "80년대 국내 출간된 해외문학시리즈는 일본인의 눈으로 선택한 세계문학작품을 우리 시장에 받아들인 형태다. 번역도 일본을 통한 중역이 대부분이었다. 대산총서는 전권을 해당 원어를 공부한 전공자가 선택, 번역했다"고 의미를 소개했다.

"총서 발간 사업이 기획된 게 IMF직후인 1999년이었습니다. 당시 소설가 이인성 씨께서 '건국 이래 해외에서 공부한 학자들이 가장 넘치는 때인데, 가장 할 일이 없을 때인 것 같다. 대산문화재단이 외국문학번역 지원 사업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책, 어렵거나 상업성이 없는 책을 기준으로 번역지원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책도 여럿 된다. <서유기>(전 10권)를 비롯해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퀴아/ 팡타그뤼엘>,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시> 등이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곽효환 사무국장은 "현재 번역 출간을 기다리는 작품이 70권이다. 올해도 12종을 선택했고, 300권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