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듯, 그저 세월의 흐름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삶의 의미를 묻기도 전에, 계절의 변화에 설레기도 전에, 이 모든 것이 사치가 되어 그저 시간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 그들이 모인 곳은 다세대 재개발 예정 아파트의 텅 빈 놀이터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떠나간 지 오래고, 이제는 스산한 바람만 분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모두 제 텅 빈 가슴을 쏟아내 겨울을 나고 있다.

각자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생각하는 가족들, 화려했던 과거 속에 빠져 오늘을 살지 못하는 잊혀진 가수, 그저 평범한 인생을 꿈꾸지만 그것마저 거창한 꿈이 되어버리는 서글픈 삶. 각자의 사연을 들고 놀이터로 모인 사람들은 어쩌면 하나하나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극발전소 301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마다 옴니버스 신작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2008년 12월, 버스 정류장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좌충우돌 옴니버스 <버스가 온다>를 시작으로, 2009년 12월 <삼겹살 먹을 만한 이야기>, 2010년 12월 <우리가 만나는 계절>까지 계속해서 젊은 동력을 쉼 없이 굴리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연극적 무대의 제약을 뛰어넘어 사계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겨울에 바라보는 사계절의 풍경은 어떤 느낌일지, 지금 우리는 어느 계절쯤을 지나고 있는지, 그 계절 앞을 서성여보자.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 070-8759-073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