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빛의 거울_81×91cm'
미국의 미니멀리즘과 동양적 미를 접목하여, 고요하고 명상적인 색면 추상 회화를 작업하는 변용국의 13번째 개인전. 90년대 30대 후반의 나이로 뉴욕을 향한 그는 미국의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 미술을 접하고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특히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dt)의 예술관에 크게 공감하여, 이후 명상적인 느낌의 색면 회화를 줄곧 추구해왔다. 처음에 그는 낯선 뉴욕이란 도시에서 이방인의 고립감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줄곧 검정색에 가까운 무채색으로 채워져 개인의 고립감과 외로움,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코자 하는 욕망과 세계의 불확실성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점차 밝은 색조로 화면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흰색에 가까운 색조의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그의 작품은 이전의 그것보다 고요한 명상과 평정의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작가는 다시 어두운 색을 사용하되, 시간을 두고 겹겹이 쌓아올려 각 층들이 서로 공명하도록 표현해 냈다. 작가는 "캔버스의 가장자리는 내부의 색면이 마치 부유하거나 섬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느낌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과도 같은 장치이면서, 동시에 겹겹이 쌓여진 색면들의 과정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변용국의 이번 전시는 이처럼 한층 경쾌해진,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평정과 고요함을 지니고 있다. 모노톤의 장방형과 정방형의 작품들, 발광하는 듯한 화면의 가장자리와 촉각적으로 느껴지는 수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내부화면은 관객들을 명상과 몰입의 세계로 초대한다.

12월 9일부터 2011년 1월 5일까지. 갤러리 SP. 02)546-356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