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ouflage_001'
우리의 의식이 미처 가 닿지 못한 의식의 사각지대. 애써 주목할 필요가 없었던 그 모든 것에 작가는 주목한다. 렌즈에 담긴 그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해선, 아니 생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위장'이다. 작가는 위장에 대해 '진화 속 시각의 출현으로부터 출발하여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를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 혹은 번식의 이유 등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진화는 진보가 아닌 생물과 생물간 또는 환경과의 적응 축적을 통한 다양성의 증가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더 복잡해진 인간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다. 즉,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보잘것없는 대상들을 해체하고 위장하여, 비로소 진화시킨다.

위장을 위해 그는 비닐에 표면질감을 만든 후 대상을 담아 본래의 모습을 바꿔버렸다. 그러나 실존은 반환되지 않고 형태만이 변이된다.

이들은 위장을 통해 그동안 일반적으로 보편화된 명제들을 뒤엎는다. 그야말로 '전복된 명제'를 통해 의미와 가치를 해체하고 사유를 진화시키는 것이다.

작가 오승환에게 '진화'는 진보가 아닌, 다양성을 위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위장을 통해 대상의 개념을 다양화시켰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드는 적당한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의 작품 속 일상의 모든 대상들은 다양한 패러다임을 지닌 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2월 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자하미술관. 02)395-322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