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시리즈, fineart paper C-print, 140×80cm'
늪에 가라앉은 고요와 침묵이 넌지시 말을 건넨다. 이들은 이 세상에 절대 고독만을 남긴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홀로 남은 존재는 더욱 고독해지고, 그 고독이 절정에 달하면 비로소 내면의 정화가 이루어진다. 우포늪이 인간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이다.

작가는 지난 십여 년간 우포늪을 찾으며 이 모든 정화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한반도 최대 습지로,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돼 있는 우포늪은 생태계의 정화는 물론이고, 인간의 마음까지 정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우포늪을 찾는 관광객과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가눌 길 없는 외로운 마음이, 자연에 제 몸을 비비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

이렇듯, 치유하는 마음으로 혹은 관망하는 자세로 바라본 우포늪은 작가의 렌즈 안에서 다양한 표정을 지닌 채 살아 숨쉬고 있다.

작가만의 사진 어법으로 새롭게 발견된 우포늪의 신비함과 장엄한 생명력은 그가 10년 동안 곁에 두고 지켜 본 우포늪의 진정한 내면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말한다.

"이제부터는 우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깁니다. 지난 10년이 우포와 친해지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12월 1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쥴리아나 갤러리. 02)514-4266~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