展신년특집 기획 전시… 16명 작가의 40여 작품 선보여

박애정, '참 나를 찾아서'
1965년 11월 26일, 뒤셀도르프의 슈멜라 화랑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화랑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리창과 문을 통해 기묘한 남자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화랑 안의 남자, 플러서스 작가인 요셉 보이스. 자신의 얼굴에 꿀과 금박을 바른 채 죽은 토끼를 가만히 안고 앉아 있었다. 세 시간 동안 입도 뻥긋하지 않은 그가 펼친 퍼포먼스는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하는가>였다.

요셉 보이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게 된 이 퍼포먼스와 관련해 그는 '어떤 인간보다도 차라리 죽은 토끼가 더 큰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생전 작품 속에 토끼를 빈번히 사용했던 그는 토끼와 자신을 동일시하곤 했다.

요셉 보이스가 아니더라도 토끼가 문학이나 미술, 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다. 우리나라 구전소설 <별주부전>부터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 최근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새삼 화제가 된 김남일의 소설 <천재 토끼, 차상문>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미국의 소설가 존 H. 업다이크(John H. Updike)는 <달려라 토끼>에서 토끼를 통해 미국 사회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공허감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문범강, '토끼'
2011년 기묘년을 맞아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신년특별기획 전시로 <달려라 토끼 Rabbit Run-현대미술, 토끼로 말하다>를 마련했다. 존 업다이크 소설의 제목을 가져온 이번 전시는 국내 현대미술가들에게 토끼는 어떤 의미와 영감을 주는지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토끼를 주 소재로 택해온 작가들도 있지만, 어느 시기에 토끼를 등장시킨 작가들도 있다. 이 전시를 위해 강상훈, 백기은, 윤종석, 정세원 등 16명 작가의 40여 작품이 모였다.

백기은, 원정숙 작가는 토끼를 키우면서 작품 속에 토끼를 들여오기도 하고, 이소연, 문범강, 박애정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영매로서 토끼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정세원 작가는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토끼에 투영시켰는가 하면, 이건우 작가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감과 소외의 문제를 외로이 떨고 있는 토끼로 형상화했다. 강지호 작가는 토끼의 등에 거북이 껍질을 얹어 기존의 토끼 이미지에 딴죽을 걸기도 한다.

토끼를 현대미술의 다양한 키워드로 해설하며 현대미술의 면면을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1월 4일부터 2월 6일까지, 에비뉴엘에서 2월 21일까지 열린다.

강지호, '느림보토끼'

윤종석, 'Playboy'
김영미, '인문학을 건지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