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의 시인이 되어, 기타 하나로 인생을 노래하는 남자. 그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생활하며, 지하도를 전전하는 '기타맨'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는 그의 노래는, 그러나 그의 삶을 다독여주는 단 하나의 언어로서 삶의 유일한 이유이다.

도시의 끝자락에 서 있는 외톨이로, 지하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노래는 어느새 그 자신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유럽 연극계의 유망주로 떠오르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Fosse)의 이번 작품은 2010년 국제입센상을 수상한 수작으로, 그만의 음악적 언어성이 잘 나타난 남성 모놀로그이다.

국제입센상 위원회는 그의 작품을 두고 "포세는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는 불확실성을 침묵의 언어로 담아내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고 평한다.

악보와 같은 욘 포세의 희곡 위에 14편의 노래와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흐르면서 무대 위의 모놀로그는 한층 더 충만해진다.

실제 기타맨의 삶을 온 몸으로 체험한 배우 방승구는 정지훈 음악감독의 감성적인 음악을 연주하며 '중세 방랑 음유 시인의 21세기 연극적 부활'을 이루어낸다.

극단 풍경의 열한 번째 정기공연 <기타맨>은 올 봄 <코뿔소의 사랑> 이후 박정희 연출이 택한 일인극이다. 포크락, 발라드,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영화 <원스>의 감동을 뛰어넘는 음악극이 될 것이다. 2010년 12월 28일부터 2011년 1월 16일까지. 정보소극장. 02)742-605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