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 산수'
과거도, 현재도 아닌 시간의 부유 속에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하나의 섬. 인간의 오랜 이상향을 담아낸 '유쾌한 은둔처'이다.

현실의 삶 속에서 벗어나려는 소극적 은둔처에서 벗어나, 이상향을 향해 전진하는 적극적 은둔처를 마련하기 위해 작가는 가장 먼저 시간의 개념을 지워냈다.

작품 속에는 엄연히 옛 풍광들이 펼쳐져 있지만, 그 속에는 현재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라는 물리적 시공간을 뛰어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시공간, 완벽한 은둔처를 만들어 낸다.

작가의 작품 속에 이러한 옛 그림이 처음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1년도 여름 무렵이다.

당시에는 옛 고화들에 부여되는 권위와 가치를 전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키치적인 이미지들을 뒤섞어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은 반대로 작가에게 옛 그림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우며, 부정에서 출발했던 그림이 서서히 긍정으로 돌아서는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케 했다.

작가는 그때부터 옛 풍광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과 동화되며 그 공간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물리적인 시공간의 구분을 뛰어넘어 최고의 은둔처이자 안식처가 된 작은 섬은, 곧 인간의 오래된 이상향이 되어 마음껏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처럼 수묵화의 전통적 화법으로 고전 작품의 토대 위에 현대적 이미지들을 표현한 서은애의 작품들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식의 동양화 작업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두루마리 형식의 휴대용 미니 산수, 자개 작품, 1885년 청대 말기에 발행된 화보집 '시중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화책 형식의 작품 등 다양한 형태의 신작을 선보인다. 2010년 12월 9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갤러리 16번지. 02)722-350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