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110×140cm, inkjet print, 2010'
이제는 갈색 빛이 되어버린 흐린 기억들, 그래서인지 사진 속 대상들은 하나같이 뚜렷한 상을 맺지 못하고 추억 속에 둥둥 떠 있다.

잊혀진 것들, 잊어야 할 것들, 잊고 싶은 것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바다 위를 부유할 때 작가는 셔터를 누르며 그 모든 것을 곱씹어본다. 그렇게 아파하다 보면 어느새 기억의 풍경은 아름다워져 있다.

서해의 작은 섬, 선감도. 그리움이 사무칠 때, 혹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작가가 늘 찾는 곳이다. 작가가 유일하게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오롯이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지워진 줄 알았던 옛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품이 되어 자신만의 무대가 만들어진다. 회상은 이처럼 잊고 있던 자신을 일깨워주고 숨 쉬게 해주며, 빛바램을 통해 새로이 빛을 내주고 있다.

해질 무렵, 묵직한 4X5인치 필름카메라로 담아낸 바다의 풍경은, 자신의 추억과 잊고 있던 내면 모두를 투영시키며 정적인 침묵을 자아내고 있다.

흐릿한 초점 너머로 보이는 이미지들은, 뚜렷한 대상을 부재시키며 희미해진 기억, 잊혀지고 버려진, 떠도는 기억들을 상기시키며 우리 모두의 내면을 깊게 울리고 있다. 2010년 12월 29일부터 2011년1월 4일까지. 갤러리 나우. 02)725-29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