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직사각합'
수많은 문자의 나열 뒤로, 이제는 옛 일이 돼버린 지난 이야기들이 회색 숨을 토해낸다.

지난 신문 속에 갇힌 그 무수한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중요한 기억이기도 하고 혹은 정보이기도 하며, 그도 아니면 단지 검정 잉크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어릴 적 칠판에 써놓은 중요한 학습내용들이 쉬는 시간마다 지워지는 모습을 회상하며, 아무리 중요한 그 무엇도 결국엔 사라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지난 신문 역시, 그날의 중요한 사건과 새로운 정보들이 빽빽이 나열돼 있지만 그날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고 잊혀진다. 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새로움과 깨달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얻는 게 많을수록 잃는 게 많아지는 것이 이치이며, 나이를 먹을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게 현실이건만 인간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갈망한다.

이에 작가는 과거의 신문들이 새겨진 작은 상자를 만들어 낸다. 판도라 상자 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처럼, 그가 만든 상자 속의 절제와 느림의 미학이 인류의 어리석음을 보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낸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과거의 신문들을 이용한 평면작업과 입체작업을 선보이며, 총 25점의 벽면작품과 도자오브제 작품을 출품한다.

작가는 '합'이라는 도자형태 속에 지난 추억과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함으로써, 사라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2010년 12월 22일부터 2011년 1월 8일까지. 갤러리 담. 02)738-27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