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나비 10주년 기념전심포지엄ㆍ프로젝트 등 7개 섹션으로 10년간의 발자취 정리

아트센터 나비, 2001-2010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1,070명의 이름. 아트센터 나비에서 작업했던 프로 혹은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다.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있는가 하면, 순수회화 혹은 설치미술 아티스트, 심지어 동양철학자의 이름까지 적혀있다. 그리고 그 안엔 우리가 한 번도 본적 없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새터민들의 이름도 적혀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결코 적지 않은 이 숫자는 지난 10년간 미디어 아트에 쏟아온,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000년,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4층에 둥지를 튼 아트센터 나비(이하 나비).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생소하던 시절, '나비'를 통해 미디어 아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작업이 시도됐다.

그 10년간의 발자취와 결과물이 <이것이 미디어 아트다!>라는 제목으로 전시 중이다. 그간 기획해온 심포지엄과 각종 프로젝트는 영상자료로 남아 7개 섹션(SYMPOSIUM, PROJECT, THEATER, COMO, WORKSHOP, A.L.I.C.E MUSEUM, MOBILE ART)으로 분류되었다.

김준, Flower, 2003
담론조차 부재하던 시절, 나비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통해 '이 시대의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세계의 각 분야 거장과 석학들을 초청해 인간, 동서양, 예술과 기술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통섭의 자리가 마련됐다. 나비의 첫 전시는 실제 작품보다 강연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티스트간의 협업과 다(多)학제간 교류를 독려했던 나비에 전시보다는 '프로젝트'란 용어로 작품이 소개된다. 미디어 아트 중에서도 스토리 텔링과 극적인 성격을 가진, 일종의 공연 형태의 작업은 특별히 씨어터로 묶였다.

2007년에 열린 'PARTY(People Art Technology)'라는 미디어 퍼포먼스 페스티벌과 2009년에 진행된 'Come Join Us, Mr. Orwell!>과 같은 작업이 이에 속한다. 2009년의 프로젝트는 호주 멜버른과 인천 송도의 투모로우시티 광장 등 두 곳을 전광판으로 연결해 전 지구적 소통을 모색한 작업이다.

이는 1984년 백남준이 아티스트 간의 소통을 시도했던 에 대한 오마주이자 아티스트를 넘어 대중의 범주까지 소통을 시도한 작업이었다.

아트 앤 사이언스 스테이션, 新 서울역사, 2006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애칭을 뜻하는 '코모(COMO)'는 서울 SKT-tower를 통해 2004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에 둘린 띠 형태의 미디어 스크린은 처음엔 아트 채널로 기능해왔지만 점차 소셜 네트워크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SNS와 트위터를 통해 받은 메시지를 텍스트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표출하거나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인들과 감성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앞으로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도시의 전광판이 일방적인 매체였다면, 코모를 통해서는 어떻게 도시인들과 상호 소통할지를 고민하고 있다."(큐레이터 최두은)

앨리스 뮤지엄은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트센터 나비 개관 이후, 이곳은 어린이들의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교육을 통해 모색해왔다.

미디어 세대인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미디어를 다루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미디어 아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앨리스 뮤지엄 안에서도 특히 '프로젝트 아이'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새터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 4회 진행된 이 프로젝트의 기간은 1년. 작가들이 아이들과 6개월간 함께 지내고 그 이후에는 자유롭게 아이들과 만나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방식이다.

앨리스뮤지엄 2007,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이 작업은 아이들을 일방적인 수혜자로 보지 않는다. 이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환경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깨우쳐주는 데 방점을 찍는다. 1,2회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동, 3회는 새터민 청소년, 4회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강원도 고성 분교 아이들이 그 대상이었다.

모바일 아트란 개념조차 없던 2004년, 작가 50여 명의 작품을 휴대전화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게 했던 'M갤러리'는 국내 모바일 아트의 효시가 되었지만 시대를 앞서 간 탓에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나비의 'M갤러리'는 해외에서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을 이용한 흥미로운 작업은 2002년에도 한 차례 진행됐다. 그리스 작가의 'Watch Out'이란 프로젝트로 SMS가 개인적인 용도가 아닌 공공의 의견을 공유하는 용도로 이용되기는 처음이었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박스 안에는 '세상에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는데, 이곳으로 보내온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박스에 표출되는 방식이었다. 당시 박스 안을 들여다 보면 그 눈이 실시간 촬영되어 박스 밖의 모니터로 보여졌다. 미디어의 등장으로 자신도 모르게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게 되는 상황의 은유적 표현이다.

이외의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업을 훑어볼 수 있는 <이것이 미디어 아트다!> 전은 아트센터 나비에서 오는 2월 19일까지 이어지며, 아트센터 나비의 지난 10년은 1,100여 페이지의 두꺼운 도록 책자로도 출판됐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