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이우환ㆍ이용백 개인전, 국내선 장욱진ㆍ김종학 회고전 등 주목
한국 미술의 세계화, 정체성이 여전한 화두이자 과제인 가운데 특히 눈여겨 볼 만한 한국 작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우선 6월 24일부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우환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주목된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국 작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은 2000년 백남준 이후 두 번째다.
이번 회고전은 한국 생존 작가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우환 작가가 세계 최고의 명예의 전당인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갖는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우환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공명(共鳴)'이라는 제목의 추상화와 설치작업이 호평을 받은 후 구겐하임미술관과 전시를 논의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 100점 가량이 선보이는데, 사실상 구겐하임 대부분 공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6월 4일 시작하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대표 작가로 선정된 이용백 작가의 한국관개인전도 관심 대상이다.
영상, 조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온 이용백 작가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풍부한 상상력을 현실화하고 그것을 통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그런 의문과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우리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 쟁점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잘 풀어내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피에타>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국내 전시 중엔 갤러리 현대가 장욱진(1917∼1990)의 21주기를 맞아 여는 대규모 회고전이 손꼽힌다. 1940년대에 김환기, 유영국 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약하며 한국 현대화단을 이끌었던 장욱진은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접목시켜 조형적인 가능성과 독창성을 구현한 작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월에 전시하는 '설악의 화가' 김종학의 회고전도 주목할 만하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로 설악의 춘정(春情)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김종학 작가에게 설악은 각별하다. 예술과 삶에 대한 방황과 좌절로 고뇌하다 설악산으로 들어간 김 작가는 그곳에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내면을 정화한다.
김 작가의 설악은 자연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서 내재화돼 생명력을 얻은 설악으로 작가의 내면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3월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사진작가 구본창과 화가 문성식의 전시도 의미가 있다. 구본창은 내면적인 의식세계를 절제되고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작가로 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의 새로운 흐름과 독특한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로 참여할 만큼 개성이 뚜렷한 문성식 작가의 전시는 자아의 발견과 사회 인식에 대한 새로운 예술적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술의 큰 흐름은 '컨템포러리 아트'이다. 이른바 '동시대 미술'로 한 세대가 갖는 시대정신을 주로 다룬다. 이러한 경향은 작가뿐 아니라 미술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것은 컨템포러리 아트로 아시아 국가 중엔 중국과 인도가 강세를 띠고 있다. 한국의 경우 컨템포러리 작품이 주거래 대상이지만 작품가와 수량은 앞의 두 국가에 비해 미미하다. 지난해 홍콩크리스티의 봄경매에 이브닝 세일을 포함해 61점이 출품되어 46점이 낙찰되고 27억 3448만 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가을경매에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34점이 출품되어 28점이 낙찰되고 11억 2722만 원어치가 팔리는 데 그쳤다. 또한 고가 작품이 출품되는 이브닝 세일에 한국 작품이 한 점도 출품되지 않은 것은 국제시장에서의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artprice사가 발표한 컨템포러리 작가 순위(500명)에서도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에 한참 뒤처져 있다. 그나마 순위에 든 작가는 서도호(98위), 김동유(141위), 강형구(182위), 권기수(268위), 배병우(301위), 이환권(304위), 홍경택(327위), 오치균(347위), 이이남(363위), 최영걸(456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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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