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야기, 장지에혼합채색, 53×45cm'
신묘년(辛卯年) 새해, 달 위에서 떡방아를 찧는 두 마리의 토끼가 한해의 만복을 빌고 있다.

그 익숙하고도 아련한 풍경 속에, 어쩐지 그리움이 배어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은 동양화가 정영모는 최근 들어 부쩍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지만, 덕분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갖은 고난과 아픔 등의 감정들은 모두 걸러진 채, 마지막으로 그리움이란 감정만 오롯이 남게 되었다.

고향은 작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정신적 안식처의 역할을 해왔다. 빛바랜 사진처럼 이제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지나왔지만, 그 속의 기억만큼은 너무도 생생하게 빛을 뿜고 있다.

이에 작가는 시간이 아닌, 그 기억을 더듬는다. 그래서인지 흑백사진 속에 아득한 시간의 흔적은 그의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밝고 화사한 원색조의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손에 닿을 듯한 고향의 추억을 그려 넣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고향의 추억에 대해 작가가 바치는 진정한 헌사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고향의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전면에 꽃가지를 배치하는 이중 구조를 지니고 있다. 꽃은 마치 발과 같은 역할을 하며, 그 사이사이로 고향의 이미지를 아련하게 비추고 있다.

소나무 숲, 초가집, 기와집, 젖소, 토끼, 달 등의 이미지는 모두 추억과 관련한 이미지로, 꽃가지 뒤에 위치하며 원경의 수평구도를 이룬다. 이러한 방식의 공간 설정은 아득한 과거의 시간을 상정하기에 효과적으로, 고향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용이하다.

작품 속 고향의 이미지는 비록, 작가 개인의 추억에 근거하지만 작품이 환기시키는 특유의 정서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낼 것이다. 1월 5일부터 1월 15일까지. 장은선갤러리. 02)73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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