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나의 도시-재현된 무대 Ⅱ, 181×223cm'
어딘가 정착하지 못하는 불안한 내면이 여기저기 파편처럼 부유하고 있다. 잿빛을 머금은 불안한 시선은 한참을 방황하다, 이내 건축현장의 분주한 흐름 속에 제 몸을 던진다.

왠지 모르게 불안정한 장소, 완결된 형태 이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내비친 건축현장은 작가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잦았던 이사로 인해,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고, 언제나 자기 안에 갇혀 누군가를 그리워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언제나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던 삶이었다. 이에 작가는, 도시의 모습 중에서도 내면의 부유를 표상할 만한 장소로 건축현장을 꼽았다. 작가에게 삶은 건축 현장처럼 언제나 과도기적 장소며 불안정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안에서 집과 도시, 그 안에 삶을 내려놓는 사람들의 세상을 바라본다. 집이란 것은 하나의 작은 세상으로, 외부적인 경계의 기능 외에도 자아와 타자와의 내면적 경계를 이루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집이란 구조물은 스스로를 보호해 줌과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를 고립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의 시선 속에 '집'은 도시 속을 부유하는 작은 섬에 지나지 않는다.

각자가 그 섬에 갇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를 꿈꾼다. 이러한 자기모순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본능적인 불안감과 정체성의 상실을 발견한다.

이에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익명의 주체로 드러나고 있다. 모든 것이 파편화되어, 이해할 수 없는 논리만이 가득한 세상 위를 얼굴 없는 존재들은 여전히 부유하고 있다. 1월 5일부터 1월 25일까지. OCI 미술관. 02)734-044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