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꿈이 파편처럼 쓰이거나 드로잉으로 텍스트가 미로처럼 구성

'Dreaming Piece I' 2008 Books in box(3/5, 4/5):17×17×23cm
각기 다른 요철을 가진 책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 사용하는 카드 목록함엔 날짜가 기록된 33권의 책자가 담겨 있다.

기다란 패널 틈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얇은 책이 고개를 내민다. 문자 모양대로 오려낸 요철과 검정 텍스트가 아니었다면 책을 알아채지 못할 뻔했다. 책장과 책이 온통 하얗다. 잠이 깰 무렵,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애써 되새김질하지 않으면 홀연히 사라지는 꿈처럼. 때로 그것은 애초에 찾아온 적도 없다는 듯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자에게 꿈은 연구의 대상이지만, 예술가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국동완 작가에게도 '기억나지 않음과 잊혀지지 않음'의 경계에 선 꿈은 작품의 강력한 모티프다.

그가 애써 부여잡은 꿈을 아침마다 기록해온 건 2007년부터이다. 런던에서 북 아트를 전공한 그녀는 북 아트 속에 꿈을 녹여내기보다 꿈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이용했다. 꿈에서 본 이미지나 그것이 함축한 메시지보다는 꿈을 대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췄다. 꿈을 기억해내고, 노트에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 기록을 다시 보며 꿈을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들.

실체가 없는 꿈은 물성을 가진 책이 되었다. 책 안에 텍스트로 작가의 꿈이 파편처럼 쓰이거나 드로잉으로 텍스트가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다. 또 텍스트의 자음과 모음이 나무로 조각되어 있기도 하다.

'A perfect bookcase' 2010, 63×12×105cm
꿈, 기억, 무의식 등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신활동을 강한 물성의 실체로 표현하는 작가는 스스로를 '개념미술가'라 칭한다. 그러나 결과물은 관객이 작가의 관념을 좇게 하기보다, 작가가 제시한 텍스트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꿈을 언어로 적어놓고 보니, 볼 때마다 다른 상상을 하게 돼요. 상상하게 하는 그 작은 실오라기 하나로도 관객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가령 책 속에 '엄마'라는 텍스트가 있다면, 제 꿈을 추측하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제 작품은 일종의 환기 장치라고 할까요."

자신의 꿈을 테마로 하는 덕에 매년 제작되는 작품이 제한적이다. 처음 33권의 책으로 만들어낸 'Dreaming piece I'과 이후 2년간 작업해 143권으로 엮어낸 'Dreaming piece II'이 작품 전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이 소개된다.

갤러리 팩토리의 '2011 Factory Emerging Artist Show I'에 선정돼 열리는 국동완의 첫 개인전 는 1월 15일부터 내달 6일까지 갤러리 팩토리에서 열린다. 전시 중에는 작가와의 대화와 함께, 작가가 만든 장치에 관객의 꿈을 넣어 책으로 제작하는 워크숍도 열릴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