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년을 맞는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프로그램은 그동안 미술계의 숨은 진주를 발굴해오며 한국미술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신묘년 새해, 첫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나현의 <보고서-민족에 관하여>로, 선정 작가의 그동안의 작업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짐작되듯, 이번 전시의 특징은 일종의 결과 보고서라는 데 있다. 2008년부터 2011년도까지 작가 자신이 직접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살아있는 기록인 셈이다.

일명 르포형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현은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현장 속에 제 몸을 서슴없이 던진다. 작가는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흔적 위에 또 다른 흔적을 새기고, 지역의 풍물이나 풍속, 풍습을 채집하여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르포로만 한정 지을 순 없다. 그야말로 날것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작가만의 주관적 해석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기록은 예술이 된다. 일종의 '다큐-픽션'으로 분류되는 그의 작업은, 이처럼 현실 속의 허구, 허구 속에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이번 수상전시는 바이칼-시베리아-신안 염전에 이르는 지적 노정이 소개된다. 이른바 맘모스 스텝을 따라 채집한 수많은 풍경과 흔적들, 그 속에서 태생한 삶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와 사진 등 희귀한 아카이브들이 다수 소개되어 나현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월 7일부터 2월 6일까지. 성곡미술관 1관. 02)737-765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