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53×53cm'
캔버스를 온통 벽으로 채운다. 사방이 벽이다. 막다른 길에 봉착한 시야는 자신을 향하도록 방향을 틀고, 벽에 부딪친 숨소리조차 귓가를 향해 사정없이 메아리친다. 그야말로 독백의 공간이다.

서양화가 김효정은 이처럼 화폭 안에 독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험하게 내뱉은 감정조차,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 벽 앞에서 인간은 숙연해진다. 모든 것을 고백하게 만들고, 내려놓게 만든다.

작가는 기하학적인 구성의 조화를 통해 이처럼 내면의 심리를 고백하게 한다.

그가 이와 같은 묵가적 공간을 일궈내는 방법은 바로 은은하고도 강렬한 색감에 있다. 색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실상을 마주하고, 우리는 그 비참한 요동을 목도할 뿐이다.

또한 메탈릭한 색감과 어두운 색상의 대비, 마티에르의 밀도는 독백 속의 정적을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캔버스 안에 주변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을 점, 선, 면으로 기호화시킨 내밀화된 '독백' 시리즈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김효정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며,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여류화가회로 활동 중이다.

1월 19일부터 1월 29일까지. 장은선 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