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재단, 연평도 학생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프로그램 진행

연평도 피폭아동 대상 예술치료
최근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은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공포에 휩싸이는 폐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몇 년 전 엘리베이터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은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된 것이다.

이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납치, 강간, 폭행 등 개인적인 사고나 비행기, 기차 등에 의한 대형사고,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참사를 겪은 뒤에 발생한다.

911 테러 사건이나 각종 총기 사건들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 질환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여러 편 내놓았다. <7월 4일생>과 <맨 온 파이어>가 대표적인 예. 우리나라에서도 <꽃잎>이나 <거미숲>, <리턴> 같은 작품에서 이 증상을 다루고 있다.

스트레스 장애라는 점 때문에 종종 가벼운 병으로 간과하기도 하지만, 이 질환의 무서운 점은 통제가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자신이 당시의 공포로부터 언제까지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결국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점도 있다.

최근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법 중 하나로 예술심리치료가 활용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예술심리치료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예술을 주요한 치료 수단으로 확장한 방법. 미술치료, 음악치료, 연극치료, 무용치료를 비롯해 독서치료, 원예치료 등 상황과 매체에 따라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이사장 이희범, 이하 해비치 재단)이 연평도 포격 피해 지역 학생들을 위해 예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해비치 재단은 지난해 말 포격 피해로 인해 연평도 지역 학생들이 받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말부터 한 달째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한 통합 예술 치료프로젝트인 'Heart in Art'. 예술심리치료 전문집단인 '아트 앤 마인드'의 전문 예술심리치료사들이 참여해 미술, 무용, 연극, 마임 등 다양한 예술 기법을 통해 포격 피해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학생들의 정서적, 신체적 안정감 회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예술심리치료는 기존의 예술치료 방법과 대동소이하다. 참여자들에게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배려함으로써 억압됐던 내면세계가 표면화되고, 그로부터 개인의 심리나 정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전문가들이 이 같은 표면화 과정을 통해 내부의 갈등 요소를 파악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고통을 완화하거나 심리 구조를 재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원리다.

각 치료 프로그램에는 이 같은 원리가 담긴 예술 놀이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치료에서는 '안전한 상징물 만들기'를 비롯해 '집 만들기', '우리 마을 그리기', '색으로 말하는 마음', '신문지 인형 만들기', '성장 저널 만들기', '나만의 아지트' 등이 있어 아이들이 표현한 작품 속에서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몸을 활용하는 무용치료와 연극치료, 마임치료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자각을 유도하는 수업들이 많다. 무용치료의 '쉘 위 댄스'와 '마주보기', '또 다른 나', 연극치료의 '소중한 나', '거울이 되어', 마임치료의 '몸으로 표현해요'는 모두 움직임을 통해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건강한 상태로 만드려는 성격의 수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평도 지역 주민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김포시 아파트 단지와 인천 영어마을, 인천 해군기지 등에서 단계별로 다양한 주제로 실시되었고, 대상 학생들은 20회가 넘는 다양한 예술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차츰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을 처음 겪은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많이 걱정했다"고 운을 뗀 '아트 앤 마인드'의 김현진 원장은 "예술 수업을 통해 예전의 밝고 명랑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우리들도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비치 재단 측은 이런 예술심리치료 프로그램 외에도 연평도 소재 초ㆍ중ㆍ고등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지원해 개학 후 원활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도 펼칠 예정이다. 재단 측은 지난 4월에는 천안함 승조원 유자녀들에게도 학습비를 지원하고 문화공연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단체로서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한 예술심리치료 전문가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예술가와 심리치료 전문가들의 공통의 관심사"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그동안 개인의 특정한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접근했던 예술심리치료는 최근의 사회 현상과 맞물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