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가대극원의 '투란도트'

대륙의 오페라는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극 중 캐릭터부터 무대 디자인과 의상까지, 푸치니가 그려낸 희미한 중국의 이미지에는 위엄과 화려함, 그리고 여유 있는 유머까지 더욱 생생하게 더해졌다.

지난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중국국가대극원의 <투란도트>가 올려졌다.

한중 문화교류 일환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초청한 이번 공연은 푸치니의 미완성작인 <투란도트>의 중국식 버전이다. 일반적으로 이 작품은 푸치니의 제자 알파노가 피날레를 작곡한 (푸치니 방식에 지극히 충실한) '알파노 버전'이 무대에 오르지만 이번 공연은 중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막바지 18분 가량을 작곡했다.

덕분에 냉혈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극적 대립과 긴장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선조 로링 공주를 겁탈한 왕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는 청혼하는 남자에게 세 가지 문제를 내고 맞추지 못하면 참수형에 처했다.

몇 년간 이방인의 피로 물든 그곳에 찾아온 이가 투란도트의 아름다움에 반한 칼라프였다. 그는 세 문제를 맞추지만 공주가 결혼을 거부하자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그녀의 결정을 따르겠노라고 말한다.

알파노 버전은 여명이 밝아오고, 칼라프의 진심을 알아차린 투란도트가 그의 이름이 '사랑'이라고 외치며 극적으로 긴장감이 해소되는 편을 택한다. 그러나 하오웨이야는 달랐다. 칼라프의 여자 노예 류가 자결하면서 투란도트는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변했고, 칼라프는 곧 사랑의 쟁취를 확신하며 자연스럽게 해피엔딩을 예측 가능케 했다.

무대 구석구석까지 장악한 연출도 돋보였다. 연출가 천씬이는 로링 공주의 원혼이 투란도트 주변을 맴돌게 해,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투란도트를 휩싼 분노심에 설득력을 더했다. 투란도트가 '이 황궁에서(In questa reggia)'로 자신의 잔혹함의 기원을 밝히는 동안 로링 공주는 계단 아래에서 투란도트의 분신처럼 춤을 추며 투란도트의 또 다른 자아임을 드러냈다.

황금빛의 화려하면서도 대국의 위엄이 전해지는 웅장한 무대 디자인과 의상도 눈에 띄었다. 왕좌의 좌우로 배치한 거대한 용의 조각, 중국의 대신 핑, 팡, 퐁이 고향을 추억하면서 등장하는 무용수의 연꽃 의상, 류의 영혼을 인도하는 하얀 날개의 사신 등의 모습도 참신했다.

투란도트와 칼라프 역은 각각 쑨 씨우웨이와 이화영, 목 워렌과 박지응 등 한국과 중국의 성악가가 더블캐스팅되었으며, 여자 노예 류 역에는 박지현이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섰다. 특히 소프라노 박지현은 칼라프를 향한 사랑으로 자결을 택하는 가련한 여인을 섬세한 연기와 청아한 목소리로 표현해 갈채를 받았다.


중국국가대극원 '오페라 투란도트'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