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1003, 61×72cm'
마당 위에 펼쳐진 옛 기억과 향수가 화가의 붓질에 쓸려 이내 작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자연의 소리, 인간세상의 소리, 그리고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추억이 '산조'처럼 피어나는 이 풍경은 마당에 써내려가는 한편의 시(詩)다. 화폭 위의 바탕은 마당처럼 처리되고, 붓질이 빗질처럼 구사되는 풍경 속엔 매화, 사람과 새, 집과 꽃, 차와 개 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소재는 대부분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경험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아주 작은 형상을 띠며 배경 속에 정적인 평형을 유지하는 이들은 독특한 정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만수 작가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캔버스 위에 호분과 토분을 반복하여 칠한 후 중첩된 바탕 위에 가는 선묘의 리듬감을 새겨 넣는다. 그의 화면은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으로 덮여 반복적인 화면 구조 속에 작은 형상들을 배치해 놓는 게 특징이다. 이는 평면 위에 사물, 인물, 의식이 산포적으로 전개되는 패턴화를 지님으로써 정적이면서도, 리듬감을 잃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화법이다.

토분과 호분을 반복하여 칠하는 그의 화법은, 또한 표면의 질감과 밀도를 높임으로써 특유의 깊이감을 자아낸다. 이는 관조적인 분위기와 함께 차분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그림을 더욱 따뜻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전통적인 미감과 사유를 하나로 묶어내는 '산조' 시리즈 20여 점을 선보인다. 2월 9일부터 2월 19일까지. 장은선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