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셔 고양이'
광고와 대중매체에 등장하며 특유의 익살스런 개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클레이 캐릭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친숙함과 함께, 과장된 개성과 왜곡된 형상 등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며 그동안 광고, 디자인, 일러스트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우리에게 이처럼 친숙하고 대중적인 클레이캐릭터를 만들어온 김성재 작가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상업광고 작업을 해왔다. 그러던 그가 이번 첫 개인전 를 통해 늦깎이 예술가로서 데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의 많은 예술가들이 순수 예술을 벗어나 기업과의 연계 등 상업적인 노선을 택하는 데 반해, 김성재 작가는 그 반대로 순수 예술의 영역을 꿈꾸고 있다. 이미 클레이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작가는, 그러나 캐릭터 이미지 자체가 상업적인 수단으로서만 그치는 걸 원치 않았다.

언제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클레이 캐릭터와 작가 자신의 정체성 등을 사유하며 자신이 처한 도치 상황과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더불어, 고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어린왕자, 피터팬, 아기곰 푸우, 오즈의 마법사 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변형시켜 놓았다.

이들 캐릭터들은 어른이 되어 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친숙함과 동시에, 당혹감을 안겨주는 이 낯선 모습들은 전도된 가치와 원본성에 대한 팽팽한 긴장을 이끌어낸다. 2월 8일부터 2월 12일까지. CSP111 ArtSpace. 02)3143-012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