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된다면, 모든 사람은 혐오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불편한 진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일지 모른다.

연극 <오후 네 시>는 매일 같은 시각, 오후 네 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평온을 깨뜨리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한다. 은퇴한 노부부는 꿈에 그리던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그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꿈꾸지만, 오후 네 시에 찾아오는 이웃으로 인해 급기야 공포마저 느끼기 시작한다.

이웃은 이들 부부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조화와 대립, 관계와 거리의 구도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그동안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 자신이 유지해온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타인을 통해 인생 자체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연극은 내면의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벨기에 출신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오후 네 시>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마릴린먼로의 삶과 죽음>에 이어 조최효정이 선보이는 두 번째 공연이다.

2011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인력집중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극단 여행자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각색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모순을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풀어간다.

스스로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는 창은 의외로 사소한 곳에 있다. 각자의 이념 속에 갇혀 살던 부부는 일상의 작은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서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게 된다.

벌거벗은 자아를 마주하는 일만큼 잔인한 아픔이 있을까. 무대 위의 노부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연극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가며, 그 속에서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정보소극장. 02)889-356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