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된 기억'
'살아남기 위한 공존'. 모순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는 자연의 현상을 두고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상극의 공존이라는 자연의 법칙, 이는 곧 대립과 충돌을 통해 공존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자연은 이처럼 불과 물을 함께 머금으며 보이지 않는 숱한 대립으로 세상을 엮어가고 있다.

동양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경(景)'이란, 연속적인 맥락에서 보이는 자연계의 현상을 지칭한다. 작가는 이러한 흥미로운 공간 재연을 위해 자연물을 패턴화하고 인공적 건축물이나 기하학 무늬 안에 자라나게 한다.

즉, 자연 안에 깃든 상극의 에너지를 작가 나름의 이미지적 해석을 통해 표현해 나가는 것이다.

정윤경 작가는 2010년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의 공모로 선정된 후, <의인화 된 기억>으로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전과 같이 생명의 충돌, 상충하는 것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조화와 공생을 담아내며 작가의 독특한 예술관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존재들에 뒤엉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불 같은 태양을 머금은 물의 생명체들, 흐름과 고임이 공존하는 자연세계와 인간세계 그리고 인간의 역사. 때로 이들의 공존 관계는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며 이러한 상극의 공존이라는 자연의 법칙, 즉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 간의 대립이라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충돌이 세상을 엮어 간다.

'2월 2일부터 2월 22일까지.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 02)2287-35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