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극제' 등 5편 엄선 5개월 대장정
'위기의 대학로', '돌아온 명동'? 신촌도 있다
한국에서 대학로는 곧 연극을 가리키는 장소가 됐지만, 사실 연극의 중심이 대학로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잘 알려졌듯이 이전까지 연극의 거리는 명동이었다. 지난해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은 1973년 장충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명동의 명물이었던 국립극장이 있던 곳이다.
또 한국의 현대연극을 이끌었던 남산드라마센터를 비롯해 삼일로 창고극장, 엘칸토 소극장, 세실극장 등 1960년대 이후 한국연극의 중심은 명동이었다.
이후 1981년 동숭동의 문예회관 개관과 함께 대학로 시대가 열렸지만 곧바로 전성기를 맞은 것은 아니었다. 사랑티켓 제도 등 연극 부흥정책과 함께 소극장이 성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명동 시대와 이 대학로 시대 사이에 잠시 활기를 띠었던 것이 '신촌 시대'였다.
더 스테이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신촌 연극의 부흥기를 꿈꾸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뮤지컬 해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학로 연극은 과부하 상태이고 신촌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젊은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하며 "포화 상태의 대학로 관객들을 끌어와 실험적이고 젊은 연극들을 공연하며 신촌 연극만의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작들의 공통점은 '신촌 냄새'
신촌 연극제의 첫 번째 행사로 주최 측은 다섯 작품을 엄선해 순서대로 한 달에 한 작품씩 장기 공연을 펼친다. 기존의 연극제들이 한정된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형식이어서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각각 여유있게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신촌 연극제는 한 달 동안 언제든 찾아와도 볼 수 있는 연극을 표방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운영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단발성 화제를 얻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촌 연극을 알리려는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원작은 원래 한 명의 배우가 7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모노드라마였지만,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7명의 배우가 각각의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며 원작의 재해석에 도전한다. 이런 시도 역시 개막작으로서 신촌 연극제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아미시 프로젝트>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도 각각 '사랑', '시대의식', '청춘', '재미'라는 주제를 가지고 관객들과 만난다. <디너>는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뢰를 이야기한다.
<짬뽕>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되새기며, <청춘 18대1>은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조언하는 작품이다. 이미 대학로에서 잘 알려진 코미디 <락희맨쇼> 역시 유쾌한 감성으로 참가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촌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부합하는 젊음 혹은 청춘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뮤지컬 해븐 측은 "신촌 연극이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던 만큼, 부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생각에서 올해는 우선 소박하게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궁극적으로 이번 행사가 앞으로 신촌 지역 문화에 활기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