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햄릿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도세자가 있다. 우리민족이 지닌 역사적 인물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인물 중의 하나인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오른다.

연극 <한중록>은 정조의 생모이자 세자빈이었던 혜경궁 홍씨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토대로, 역사적 기록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극단 인혁의 2011년 신작 <한중록>은 시대적 배경을 현재로 끌어들임으로써 사도세자를 박제된 인물이 아닌, 생동감 있는 인물로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사도세자를 다룬 연극 공연이 한창인 왕립극장에서, 세자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관객을 살해하게 되고, 마치 뒤주에 갇히듯 극장 안에 갇히게 된다.

원전 한중록에서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는 사도세자처럼, 이 작품은 총 8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극장 안에서 처분을 기다리라는 국왕의 지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벗어나려 하는 세자는 극장 문과 동시에 세상의 문도 굳게 닫혀버렸음을 깨닫게 되는데….

연출을 맡은 이기도는 사도세자라는 우리의 역사적 인물이 서구의 햄릿을 뛰어넘는 극중 인물로 새롭게 탄생되고, 그의 존재론적인 갈등과 슬픔에 관객들이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만의 절제된 무대 미학으로 선보이는 <한중록>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2월 18일부터 3월 13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 02)923-788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