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클럽 문글로우]운영난에 문닫을 뻔… 후원금 모금, 재즈 페스티벌 성황

최근 재즈 1세대들에게 훈훈한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하나는 재즈 1세대들의 삶과 음악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감독 남무성)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처음으로 한국 재즈를 조명한 영화는 재즈 1세대들을 향한 후배 재즈인들의 오마주였다.

영화를 통해 재즈를 향한 식지 않은 열정을 엿볼 수 있던 덕에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무대도 많았다. 재즈클럽에서의 공연과 가끔씩 재즈 콘서트 무대에 서왔던 재즈 1세대들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처럼 지난 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무대도 화려하게 밝혔다.

그즈음, 그들은 한편 불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 촬영지이자, 얼마 남지 않은 재즈 1세대들의 주 무대였던 재즈클럽 문글로우가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던 것. 지난 2000년,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씨(65)가 선후배들과 마음껏 연주하고 싶어 서울 홍대 앞에 마련한 공간이다.

그동안 외부 공연 출연료로 적자를 메워왔지만, 불안정한 국가 정세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보증금까지 바닥난 상태였다. 건물의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2월 말, 문글로우는 하마터면 한국 재즈의 과거로 남을 뻔했다.

문글로우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대여섯 명의 단골손님을 주축으로 재즈 애호가들이 문글로우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1월 11일 결성된 ‘문사모’(문글로우를 사랑하는 사람들)는 온라인 카페 문사모 후원회 (http://cafe.daum.net/moonglowlove)를 열어 후원금을 모금 중이다. 1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매월 정기후원을 하거나 5만 원 이상의 일시금 후원자를 계속해서 모집하고 있다. 후원회원에게는 신관웅의 재즈 앨범을 선물하고 분기별로 한 차례 열리는 후원의 밤에 초대한다고 밝혔다.

문글로우에 회생의 빛이 돌면서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재즈, 대중가요, 국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는 재즈 페스티벌도 열렸다. 후원을 위한 티켓을 5만 원에 구입해야 했지만 문사모 후원회 온라인 카페에는 티켓 예매를 원하는 재즈 애호가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재즈 스탠더드이자 달이 차오르는 모습을 뜻하는 ‘문글로우’. 지난해 12월 30일에 열린 재즈 1세대 공연을 마지막으로, 줄곧 홀로 피아노 앞을 지켜온 신관웅 씨의 얼굴에서 다시금 시원한 미소가 번졌다. 페스티벌 내내 문글로우의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연신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붉게 달아오른 꽉 찬 달의 활기가 문글로우에 감돈다. 재즈 페스티벌이 끝나고 3월부터 정상화되는 클럽의 무대에선 예전처럼 매일 밴드 연주가 이어지고 재즈 1세대들의 연주는 주 2회 만날 수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