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10돌 맞아 축제 탄생 의의 되새기는 다양한 공연 마련

개막공연을 장식하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통영이 벅찬 선율로 넘실대는 음악축제의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현대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사적 조명을 위해 탄생한 통영국제음악제(TIMF). 애초 현대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출발했지만 이젠 바흐부터 윤이상까지,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인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7일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 윤이상기념공원 메모리홀 등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개막공연이 2월 초에 매진될 정도로 매년 관심이 집중되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TIMF의 첫 외국인 음악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윤이상의 1971년 작 'Dimensionen'은 올해 TIMF의 테마인 'Moving Dimension(전환)'의 직접적 영감이 됐다. 매년 윤이상의 작품 표제에서 테마를 가져온 TIMF는 지난해 윤이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좌), 베이스 연광철 (사진제공=CMI)(우)
프로그램도 클래식 음악 위주에서 오페라, 미술, 무용, 영화, 문학, 음악극 등 음악을 매개로 한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며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TIMF는 축제 탄생의 의의를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 안엔 올해부터 3년간 TIMF를 이끌어갈 음악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의지가 숨어 있다.

리브라이히&뮌헨체임버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TIMF의 첫 외국인 음악감독인 리브라이히. 40대 초반의 그는 윤이상 음악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ECM에서 뮌헨 체임버와 레코딩한 첫 앨범에 하이든과 윤이상의 교향곡을 묶어냈을 정도다.

게다가 공연 프로그래밍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인정받았다. 독일 음악출판협회에서 '최고의 공연 프로그램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이런 이력으로 미루어볼 때 TIMF 음악감독 직은 그에게 꽤 잘 맞는 옷이다. 리브라이히는 자신이 총지휘하는 첫해의 프로그램을 TIMF만의 고유한 특징을 살려내는 혁신적인 레퍼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의 메인 오케스트라인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축제의 개막을 알린다. 3월 26일과 28일 두 차례의 공연에서 모차르트 작품뿐 아니라 바흐와 말러, 윤이상, 그리고 진은숙까지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든다.

유럽의 음악극 거장 하이너 괴벨스와 아카펠라 중창단 이 빚어내는 음악극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3/31, 4/1)는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된다. 모든 무대세트를 스위스 로잔 현지에서 조달해 세련미의 극치와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아시아 초연하는 하이너 괴벨스의 음악극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오랜 음악동료인 기타리스트 울프와 함께 '나윤선 with 울프 바케니우스'(3/27)를 선보이고, 아카펠라 중창단 은 3월 29일 또 다른 무대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 작곡가 중 하나인 스티브 라이히. 그의 작품을 연주하는 독창적인 호주 퍼커션 그룹의 <스티브 라이히를 기리며>(3/27)와 독일의 젊은 현악 4중주단 쿠스 콰르텟(3/31), 그리고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인 김재영 & 윤홍천의 듀오 무대도 3월 26일에 열린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과 젊은 음악가들의 '한국의 작곡가들'(3/30)와 어린이 관객을 위한 '어린이 콘서트 -나이팅게일'도 배우 윤석화의 해설로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대대적인 보도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은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과 TIMF 앙상블의 협연이 4월 1일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TIMF 속 앎의 즐거움

힐리어드 앙상블
축제엔 공연만 있지 않다. 올해의 TIMF가 음악 애호가와 전공생들에게 더욱 반가운 이유는 공연 감상과 더불어 배움을 더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레지던스 제도와 축제 속으로 들어온 TIMF 아카데미를 통해 가능해졌다.

레지던스 제도는 페스티벌 기간 동안 아티스트들이 통영에 상주하면서 관객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곡가 진은숙, 하이너 괴벨스, 소프라노 서예리,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가 선정됐다. 이들은 1회 공연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과 자주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그 중 하나가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와 두 레지던스 작곡가 진은숙과 하이너 괴벨스의 대담이 열리는 'TIMF심포지움'(3/30)이다.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TIMF아카데미는 매년 여름, 축제가 끝난 통영에서 열렸다. 올해는 여름뿐 아니라 봄에 열리는 축제 속에도 포함됐다. 작곡가 진은숙은 작곡 섹션을 맡고 하이너 괴벨스는 강연을, 그리고 쿠스 콰르텟은 한국의 젊은 실내악단을 대상으로 체임버 뮤직 아카데미를 연다.

축제를 더욱 축제답게 해주는 프린지는 본 축제에 앞선 3월 19일부터 4월 1일까지 통영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보다 20여 팀 늘어난 161개 팀이 선정되어 넘치는 끼를 드러낸다.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밴드부터 중장년 합창단과 다국적 밴드까지 참여해 클래식, 록, 대중음악, 퓨전, 국악 등의 장르를 불문한 뜨거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