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하이츠(자개)'
소마드로잉센터 14번째 공모작가 기획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은 드로잉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고 그 영역을 확장, 발전시키고자 매년 2~3회의 그룹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Into Drawing'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2009년도 드로잉센터 작가공모에 선정된 4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Into Drawing 11(김병호)와 Into Drawing 12(장형선), Into Drawing 13(권혁)에 이어 개최되는 Into Drawing 14의 주인공은 연기백 작가이다.

'일상의 발견-그린하이츠'라는 주제로 10여 점의 설치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작가는 '그린하이츠'라는 건물에 살고 있다. 그저 거주 공간에 붙는 흔한 이름이 돼버린 '그린하이츠'. 보편성이 지워내는 그만의 의미는, 그러나 작가와의 관계맺음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작가는 이처럼 일상적인 장소, 나아가 사물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심어 넣는다. 이는 그에게 있어 하나의 '발견'이다.

더 이상 새로움을 기대할 수 없는 것에서 신선함을 발견하고, 너무도 익숙한 그 무언가로부터 낯선 이미지를 발견해낸다. 그에게 이러한 오브제는 바로 '자개농'이었다. 이전 집주인에게 물려받은 자개농은 그의 주요 테마가 되어 새로운 미적 오브제로 부활했다.

나전칠기 기법으로 까다롭게 완성된 자개농은, 작가의 손에 의해 반대로 해체된다. 문짝 떼어내기를 시작으로, 다음엔 옻칠을 벗겨내고, 자개 조각을 하나하나 떼어냄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해체를 이뤄낸다.

옻칠 속에 날개를 묶인 학들은 비로소 자유롭게 날개짓하고, 문짝에는 말라붙은 아교 덩어리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 자개농에 수놓인 풍경들이, 바람에 날려 춤을 춘다. 또 다른 공간 속에 피어난, 일상의 발견이다.

2월 24일부터 3월 13일까지. 소마미술관. 02)425-107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