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초기작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로 정통 셰익스피어 연극을 선보인다. 외적으론 잔인한 로마 복수극 형태를 지니지만, 그 이면에는 신화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끝이 얼마나 허망하고 처참한지, 시대를 초월한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본 공연은 연극만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맘껏 쏟아낸다. 이른바 '온 몸으로 즐기는 스탠딩 연극'이다. 관객석 30석을 제외하면, 빈 극장 공간에 관객을 위한 의자는 없다. 극장 안은 오로지 1m 30cm 높이의 통나무 무대뿐이다. 관객을 위한 배려가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극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효과로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다리의 피로도 느끼지 못할 만큼 배우들의 강렬한 에너지와 연극성에 매료된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배우를 올려다보며, 때론 배우와 관객이 시장바닥처럼 섞이기도 하면서 함께 시공간을 넘나든다. 이는 연극 무대만이 선보일 수 있는, 다분히 연극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년 반 동안 준비한 본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아카펠라와 악기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배우들은 1년 동안 한명 당 한 악기를 선택해 연주를 준비해왔으며, 이러한 멜로디들은 잔혹한 복수의 세계 속에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줄 것이다. 3월 5일부터 3월 1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02)6406-8324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