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담낭암으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완서를 추모하며, 배우들이 직접 고인의 작품을 낭독하는 자리를 갖는다.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문학계의 큰 별을 잃은 모든 이들이 작가 박완서를 추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를 그리고자 선택한 두 작품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과 '그리움을 위하여'이다.

성기웅이 연출하고, 배우 강애심과 천정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암투병기를 적어 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담담히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남편 곁에서, 작가는 그것이 어쩌면 가장 비범한 저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자, 남편에겐 하나 둘 모자가 늘어나고, 결국 여덟 개의 모자만을 남기고 남편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죽음으로 종결된다. 작가가 느꼈던 죽음의 의미, 인생의 의미를 더듬으며 관객들은 우리네 삶을 성찰하게 된다.

두 번째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는 2001년 황순원문학상의 수상작품으로 하일호가 연출하고, 배우 김연진과 김지영이 낭독한다. 두 노인의 노년살이를 다룬 이 이야기는 우리의 아픔이 다름 아닌 '그리움의 상실'임을 일깨운다.

'나'의 집에 파출부식으로 일하며 돈을 얻어 먹고 살던 사촌동생이 남쪽 섬으로 훌쩍 떠나 연애와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그리움'에 대한 본원적 그리움을 그렸다. '마음의 메마름이야말로 우리 불행의 근원이고, 그리움이야말로 축복이다'라는 주제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2월 18일부터 4월 1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02)747-322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