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구국의 열정에 불탄 두 젊은 개혁가가 있다. 구국의 영웅 혹은 희대의 반역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옥균과 홍종우의 이야기로, 재일동포 연출가 김수진(57)씨가 이끄는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이 선보이는 무대이다.

구한말 개화파의 지도자로, 갑신정변을 통해 3일천하를 이루었으나, 청나라 세력에 의해 일본으로 망명을 가게 된 김옥균. 일본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인물로, 아직까지도 역사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일본 도피 중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었던 홍종우에 의해 암살당하고, 8토막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역사의 어둠 속에 잠긴 한 남자와, 그를 쫓는 다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구한말 아시아 정세를 새롭게 바라본다.

주로 한국의 전통 소재를 무대 위에 올린 오태석(71)씨의 원작 <도라지>는 1994년 초연 이후 일본 무대에 꾸준히 올라왔다. 2008년 3월과 2010년 1월에는 신주쿠양산박 '일본문화청 문화예술진흥 사업' 공연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신주쿠양산박의 김수진 연출은 "일본 청년들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번 <도라지>에 참가한 젊은 배우들 역시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한일관계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들이 직접 한국어를 외워 '도라지타령'을 부른다. 그 '도라지 타령'은 또 다른 한일 관계의 역사를 만들어 갈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3월 2일부터 3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02)352-076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