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ssom'
구인성의 그림은 움직인다. 고정된 회화 위에, 움직이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린 골판지를 덧댄 형식의 작품들은 가히 실험적이다.

마를린 먼로, 고호, 존 레논, 모나리자 같은 고전적 아이콘들과 겹쳐진 날아오르는 새, 푸른 하늘, 구름, 떨어지거나 분출하는 물의 이미지는 과거의 텍스트들이 가진 은유와 상징을 전복한다. 골판지의 규칙적인 틈 사이로 보이는 신화적 이미지들은 그 형태는 유효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붕괴된다.

이미지를 해체하고 의미를 전복하는 그림들은 미술 작품이기보다 '놀이'에 가깝다. 흐르는 물의 동적인 이미지와 골판지의 구조적 공간성은 고전적 의미들을 미끄러트린다.

후기 구조주의자 데리다(Derrida)는 이를 디페랑스(differance)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회화의 본래적 가치, 더 나아가 미술의 본질적 의미에 의문을 던진다.

골판지와 전통적인 이미지를 이용한 작업을 꾸준히 해온 구인성 작가의 이번 전시는 서초구 한원미술관에서 20일간 진행된다.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난해하고 전위적으로 풀이된 작품을 감상하며 현대 미술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신적 시각을 물리적 화면으로 변환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에 주목해보자.

3월 5일부터 3월 25일까지. 한원미술관. 02)588-564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