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몰리에르에 의해 창작된 이후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 동 주앙이 명동예술극장의 3월 연극으로 돌아온다. 인간의 존재와 근원에 대한 심오한 고민이 넘치던 17세기, 희극작가 몰리에르는 '희대의 바람둥이' 동 주앙을 탄생시킨다.

스페인 민담 속의 인물 '돈 후안'을 모델로 한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본래 '돈 후안'이 가지고 있던 여성 편력에서 모티브를 얻지만, 끝까지 자유를 원하고 굴복하지 않는 입체적 인간상을 덧붙여 '인간 본성 그 자체'의 동 주앙을 만들어낸다.

길들여지지 않은 본능을 보여주는 동 주앙과 마음을 감추고 아첨하며 살아가는 스나가렐의 대비가 작품의 주제를 설명한다. "비겁함을 가리려거든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써라"는 말로 17세기 이성주의를 비판했던 <동 주앙>은 당시 초연 2주 만에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1979년 국립극장 초연 이후 32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동 주앙>은 2010년 <에이미>,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왕은 왕이다> 등 총 8편의 연극을 연출하며 역량을 인정받은 최용훈이 연출을 맡았다.

동 주앙 역에 김도현과 이율이, 동 주앙의 시종 스가나렐 역에 정규수가 열연한다. 많은 예술 작품과 철학 사상의 원형적 이미지로 작용해왔던 극본 <동 주앙>과 이들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기대해볼 만하다.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