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스승과 깡패 사이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코러스' 속 바른 교육자는 요원한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한쪽에선 흔들리는 교권의 복권을 외치고, 한쪽에선 학생들의 짓밟힌 인권을 부르짖는다. 이 둘의 평화로운 공존을 발견하기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됐다.

최근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 일어났다. SBS <스타킹>에서, 성악에 재능 있는 사람을 선발해 열정적으로 가르치며 모범적인 스승상을 보여주던 김인혜 전 서울대 음대 교수. 그녀가 제자 폭행과 공연 티켓 강매 등의 금품수수 혐의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단지 도제식 교육의 방식이었을 뿐이라는 당사자의 입장과 달리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다니거나 졸업생의 뺨을 수십 차례 때리는 등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이어졌다. 결국 서울대는 김 전 교수를 파면 조치했고, <스타킹>에서 퇴출된 것은 물론 예정되어 있던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김 전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의대, 공대 등 음대와 마찬가지로 폐쇄적인 학계 전공자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교수가 대학 사회에서 절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데는 연줄과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특히 이번 사건이 충격인 것은 대중에게 숭고하고 아름다움을 전하던 예술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대중은 이제 이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 뒤에 보기 흉한 추악한 얼굴이 있음을 기억하게 됐다.

영화 '코러스'
바른 교육자 상이 이슈가 될 때마다 회자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학에서 다뤄질 만큼 울림이 컸지만, 영화 속 키팅 선생의 교육방식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만 재확인됐다. 특히 도제식 교육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진 클래식 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내 클래식계는 학교별, 교수별로 학맥과 인맥이 형성되어 있고 이를 거스르는 자는 졸업도 어렵거니와 졸업 후에도 국내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펼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교수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물론 모든 교육자가 다 부패와 함량미달의 교육관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예술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발전시키는 한편 정신적 성장도 돕는 훌륭한 스승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 <코러스>의 마티유 선생은 이러한 교육자의 전형 같은 인물이다.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작은 기숙사학교에 부임한 그는 작곡을 포기하고 마지막 희망으로 교사의 길을 택한 자신과 닮은 참담한 교육 현실과 접한다. 그러나 사고뭉치 아이들을 달래고 추스르며 '엘 시스테마'의 감동을 자신의 작은 교실 안에서 이루어낸다.

기실 모든 사람이 마티유 선생 같은 이상적인 교육자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숨겨진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교육자. 어찌보면 교육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앞에서 추한 모습을 드러낸 스승의 모습은 마치 깡패와도 같다. 그들은 언제쯤 그 추한 가면을 벗어 던지고 제자 앞에 설 것인가.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