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아들, 화장하지 않는 엄마. 자신이 가지지 못한 여성성을 추구하는 아들과 남편과 이혼하고 애인에게 맞고 사는, 남성성에 의해 억압된 여성의 삶을 사는 엄마가 연극의 두 주인공이다.

등장인물 소개만 두고 보면, '비극'이 연상된다. 그런데 이 연극, 비극인지 희극인지 헛갈린다. 여자 '이화'가 되고자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꺼내 입는 '준기'의 고민은 사뭇 진지하고, 맞고 사는 엄마는 세상에 주눅 들기보다 당당하다.

성전환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떠나기 전 옛 동창을 만난 '준기'는 그 자리에서 심한 굴욕감을 느끼게 되고, 상심한 마음에 오래 전부터 꿈꾸던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위해 엄마의 단칸방에 찾아가지만 엄마는 애인 '달수'에게 식당일로 모은 돈을 빼앗기고 눈에 시퍼런 멍이 든 채 울고 있다.

속상해진 준기는 엄마와 여행을 떠나려 하지만 엄마는 준기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전철을 타고 한강을 구경할 뿐이다. 전철 여행 내내 사사건건 충돌하던 준기와 엄마는 결국 큰 말다툼을 하게 되는데. 올 3월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선보이는 연극 <그 자식, 예쁜 옷을 입고>는 2005년 거창 국제 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연극 <바다로 가는 성북행>을 각색한 작품이다.

<바다로 가는 성북행>을 쓰고 연출했던 연출가 김성제가 다시 한 번 극을 이끌고, 세 명의 감초 같은 배우가 더해져 극의 맛을 살린다. 엄마 역에 김태경, 준기 역에 이지훈이 출연한다.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학로 천공의 성. 02)747-428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