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ulation of noise Ⅱ'
소리가 있다. 그런데 그가 소리의 존재를 관람객에게 확인시켜주는 과정이 조금 묘하다. 그는 '소리를 보여준다.' 작가는 소리를 파이프로, 스피커로, 물과 조명으로 나타낸다.

관람객들은 그렇게 보이고 들리는, 공감각적으로 떠있는 소리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여태껏 귀로 들었던 소리를 눈으로 본다. 다른 감각 기관을 통해 느끼며, 관람객은 소리를 인식한다.

당연히 거기 있던 것은 없어짐으로써, 혹은 제 기능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예컨대 우리는 언제나 발이 있음을 의식하지 않지만, 발이 없어진다면 역설적으로 발이 있었음을 느낄 것이다. 작가의 소리 작업은 그가 유학 시절 느낀 이명 현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이상 현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소리 작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물리적인 자극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몸이 곧 의식의 주체라는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생각과 닮아있다.

메를로퐁티는 신체가 잘리거나 아픈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병리적 증상을 토대로 의식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신체에 각인된 '습관'의 의미를 부각했다.

작가는 이에서 한층 더 나아가, 관람객이 습관적으로 구분하는 '소리'의 개념을 뒤집는다. 소음과 음악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소음은 가장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닐까?

다시 말하자. 소리는 있다. 우리는 결핍과 자극을 통해, '있음'을 확인한다. 전은 소리가 '있다'를 넘어, 소리가 '어떻게' 있는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3월 11일부터 3월 24일까지. 포스코 미술관. 02)3457-166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