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기택의 매화 작품들은 이런 선비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양화'다. 꽃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선연하고, 매화 곁을 지키고 있는 노란 참새는 꽃에 생동감을 더한다.
물감으로 그려진 매화는 군자의 정신만큼 멀게 느껴지지 않지만, 친근하고 소박한 맛을 낸다.
또렷한 터치와 정직한 기법이 만나 만들어지는 매화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가 굳건한 사군자의 덕목을 지녔다. 작가가 마음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았다는 자연이 이토록 맑다면, 작가의 깨끗함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사군자(四君子)를 그리는 사군자(士君子)다.
옛 선비들은 매화, 난초, 국화와 대나무를 그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작가 김기택 역시 군더더기 없는 붓질로 매화를 표현하며 스스로가 군자의 덕목에 더 다가서려 한 것은 아닐까.
작가의 신작 20여 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관조와 자기 성찰을 통하여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월 23일부터 3월 29일까지. 장은선 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