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해 동안 프랑스의 네 개 도시를 비롯하여 유럽의 49개 도시에서 공연된 뮤지컬 <드럼캣>. 타악기 퍼커션을 소재로 12가지의 테마곡을 선보이는 무대에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 없다.

배우들은 허리까지 올라오는 큰 북과 얇은 스틱으로 신명나는 에너지를 쏟아내고,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한다. 2008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헤럴드 엔젤 상을 수상하고,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 명성을 인정받았다. 이쯤 되면, 외국의 뮤지컬이 세계 각지에서 큰 호응을 얻어 한국에도 상륙했다고 착각할 만하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계보를 만든 뮤지컬 <드럼캣>은 타악기 연주에 재즈, 록, 라틴 등의 음악을 접목시키고, 다섯 가지의 다른 테마를 이용해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면서도 '고양이'의 시각적인 특징을 가미했다.

통사적으로 '고양이'에 기대하는 요염함과 유연함이 한껏 드러나면서도, 북을 세차게 두드리는 퍼포먼스에서는 고양이의 앙칼진 면이 나타난다. 영화 <슈렉>의 고양이가 옆구리에 칼을 차고 있다가도 귀여운 표정으로 상대를 굴복시킨다면, 뮤지컬 <드럼캣>의 고양이들은 섬세한 몸짓으로 관객의 마음을 풀어놓은 후 강렬한 퍼포먼스로 역공을 펼친다.

여기까지 마음을 다잡은 관객이라도, 공연 중간중간 선보이는 현란한 솔로 퍼포먼스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고양이들의 퍼포먼스'를 기대해보자.

2010년 12월 31일부터. 명보아트홀 가온홀. 02)2274-213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