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 사진전 한미사진미술관 5월 7일까지

정말 사진인가. 색도, 원근도, 초점도 뺐다. 남은 것은 흑백의 농담(濃淡), 요즘 세상에 드문 담백함이다. 폭포와 설원, 짙은 안개와 나무가 전설처럼 아련하다. 하지만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에게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또렷이 들려준다. 민병헌 작가의 사진이다.

민병헌 작가의 사진은 좋은 대화 상대다. 특유의 톤은 편안하지만 볼수록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고집스럽지 않고 만사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을 연상시킨다. 들뜬 마음은 누그러뜨리지만 외로운 마음에는 먼저 다가간다.

최근작인 시리즈에서는 색뿐 아니라 움직임으로 절제와 균형의 상태에 도달했다. 물줄기는 떨어짐과 흐름 사이에 있다. 멈춰있으면서도 움직인다. 정교한 타이밍, 정확한 속도 감각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폭포 사진들은 셔터를 길게 늘려 물의 흐름이 과장되었거나 반대로 셔터를 아주 짧게 끊어서 극적으로 고정시킨 것들이었지만,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폭포의 물줄기는 그야말로 딱 '중간'으로 흘러내린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은 이런 '중간' 상태가 관객을 몰입시킨다고 말한다. 감각을 최대한 일깨워 물아일체의 경험을 준다는 것이다.

사진은 세계를 옮긴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세계를 넓힌다. 분명히 있지만 아무도 몰랐던 틈과 순간을 옮겨 펼쳐 보인다. 모방의 도구인 카메라도 장인의 손에서는 발명의 도구로 비약한다. 민병헌 작가의 이전에 누가 저런 폭포를 알았을까.

민병헌 개인전 은 5월7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대표작인 , , 시리즈도 함께 전시된다. 02-418-1315


Deep Fog, 1998
Trees, 2007-2009
Waterfall, 2009
Snowland, 2005
Waterfall, 2010
Waterfall, 2008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