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멜로 소르티노 개인전]요리사 출신 화가의 햇살 풍부한 과일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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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개성. 예술가들의 영원한 고민인 두 갈래 길에서 거의 모든 셰프들은 고민 없이 한 쪽 길을 선택한다. 모양이 어떻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얼마나 비싼 재료가 들어갔든, 음식은 일단 맛있어야 하는 것이다.

셰프들의 철학은 그래서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평생 열기가 끓어 오르는 주방에서 무거운 프라이팬을 돌리며 맛이라는 이상을 위해 땀 흘리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서투른 기교나 가벼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불에 그을리고 굳은살이 박힌 그 손이 그림을 그린다면 화폭은 어떤 맛으로 물들까.

과일만 그리는 요리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프랑코폰테 출신의 작가 카르멜로 소르티노가 3월 18일부터 3월 31일까지 이태원 갤러리 두루에서 '지중해를 탐하다'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Center Stage
70대에 접어든 노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셰프 출신이라는 것. 소르티노 씨는 1970년 초반 북 아메리카로 이주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서 성공적인 위치에 오른 요리사 출신 화가다.

그를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아들인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 때문이다. 8년째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산티노 씨는 최근 강남에 정통 이탈리아 트라토리아(대중 식당)인 그라노를 오픈했다. 든든한 풍채와 그에 어울리는 투박하고 터프한 음식으로 단골을 끌고 있는 그의 '맛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온 것.

카를리노 소르티노의 작품 모티프는 거의 대부분이 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조리하지 않은 탐스러운 생과일은 그의 작품의 99%를 차지한다.

페이스트리 셰프로 일하면서 음식의 맛뿐 아니라 모양에도 아름다움을 느낀 소르티노는 음식을 사랑하는 열정과 그림을 사랑하는 열정 사이에 강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확신했다.

이에 1997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회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 이태원 갤러리 두루에서 선보이는 작품 50여 점 역시 햇살이 풍성하게 투영된 과일 그림들이다.

Fresh from the tree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가 병, 항아리, 상자 등과 같은 일상의 정물을 소재로 사용하였던 것 같이, 또는 프랑스의 몽블랑 산이 작가 세잔느에게 끊임 없는 소재를 제공하였던 것처럼, 소르티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주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과일 열매였다.

사과, 복숭아, 배, 체리, 레몬 등 잘 익은 과일이 뿜어내는 다양한 빛깔과 질감은 음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오브제로서 그를 감동시켰다. 그는 사내 특유의 투박함과 단순함, 그리고 지중해 고유의 밝고 섬세한 분위기로 그것들을 화폭에 옮겨, 감상자들로 하여금 입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하는 그림들을 탄생시켰다.

"삶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축제와 같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름답고 달콤한 그림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

현재 브리티시 콜롬비아와 남부 캘리포니아 외곽에 위치한 두 곳의 스튜디오에서 온갖 과일과 과일 그림에 둘러싸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는 이번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의 그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내이자 작가 제니퍼 굿윈과 함께다.

관람안내

Beach Beauties
전시작가 : 카르멜로 소르티노(1939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프랑코폰테 출생)

전시기간 : 2011년3월 18일(금) ~ 2011년 3월 31일(목)

오픈파티 : 2011년 3월 18일(금) 오후 6시 갤러리두루

장소 : 갤러리두루 (문의: 02-3444-9700)

개관시간 : 화요일~일요일 11:00a.m~7:00p.m (월요일 휴관이나 전시 중에는 휴관 없음)

California Cherries-1
관람료 : 무료


Green and good
A Glass a Day-1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