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청년국악] 전통ㆍ창작 부문서 선발된 젊은 국악인들 1년간의 국악축제

국악원 정악단 가객 4인
요즘 젊은 국악인들의 이름은 국악 무대보다는 뮤지컬이나 연극, 심지어 영화나 대중가요 프로그램 같은 낯선 무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기존의 낡은 울타리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른 장르와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중은 월드뮤직으로서의 국악의 매력을 십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대신 기존 국악의 이미지는 그만큼 구태적인 것에 머물러 있게 됐다. 국악공연장에는 대개 노년 관객과 그들의 동년배인 명인들만 만날 수 있다. 그럼 정통 국악을 이끌 청년국악인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이에 현안의 당사자인 국립국악원이 직접 해법을 내놨다. 2011년을 맞아 그동안 운영해오던 월별 주중 상설 공연들을 '공감! 청년국악'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고, 22일부터 총 33회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국립국악원의 월별 주중 상설 공연은 1979년 시작돼 벌써 30여 년이나 이어진 오랜 전통을 가졌다.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관객들이 언제 찾아도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행사였다.

월별, 주중별로 종류도 다양했다. 그동안 '화요상설' 공연에는 무형문화재 무대종목이, '목요상설' 무대에는 젊은 국악인들의 창작 무대가 펼쳐졌다. 지난해 신설된 '시대공감 열린무대' 등의 상설 공연에서는 국악의 명인과 젊은 예인을 번갈아 만날 수 있었다.

소리꾼 김세윤
이번 '공감! 청년국악'은 이런 국립국악원 상설 공연의 전통을 잇는 무대다. 대신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공감! 청년국악'은 젊은 국악인들을 지원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공모 과정은 45세 이하(1966년 이후 출생자)로 자격이 제한됐다.

총 84개 단체가 지원해 지난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서류와 프리젠테이션, 면접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심사한 결과 최종적으로 전통과 창작 부문에서 33개 단체가 선발됐다. '공감! 청년국악'은 바로 선발된 이들 청년국악인들이 1년 동안 펼치는 국악축제라고 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 장악과의 서정호 주무관은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다. 3개월에 걸쳐 진행된 까다로운 심사에서 독특한 공연 콘셉트와 뛰어난 역량이 검증된 개인, 단체가 선발됐다"고 전했다.

이번달 22일부터 나흘간 첫 무대에 나서는 네 팀은 모두 성악가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달에는 무용 단체 세 팀이 무대에 오르고, 그 다음달부터는 가야금과 거문고 등 전통 기악 단체와 피래와 해금을 비롯한 실내악, 창작 기악 단체가 차례로 순서를 기다린다.

서정호 주무관은 이처럼 월별로 장르를 구분한 이유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공연장 활용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장르를 묶으면 관객들이 각 공연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고 공연자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이루어져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소리꾼 이희문
이번 첫 행사에서 첫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 팀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젊은 단원 김영근, 이선경, 박진희, 하윤주가 들려주는 '정가로 전하는 봄의 향기'다.

지난해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무대로, 느리고 아름다운 정가를 보다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자연 음향과 해설을 더하고 서예, 십자수, 병풍 등의 소품을 활용해 봄의 기운과 국악의 매력을 더한다는 콘셉트로 '공감! 청년국악'의 시작을 알린다.

다음 양일간은 경기소리의 젊은 피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경기소리 프로젝트를 펼쳐온 '경기소리계의 스타일리스트' 이희문이 무대에 올라 고종황제 시절 총애를 받았던 경기명창 박춘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낸다.

반면 김세윤은 신(新)춘향가 '이몽룡을 찾아 나서다'로 맞불을 놓는다. 김세윤은 기존 <춘향전>에서 춘향의 성격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삶의 방향을 완전히 재구성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춘향이 이몽룡을 찾아 나서는 소릿길을 스물다섯 소리꾼의 젊은 감각과 개성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달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놀아보고 소통하기를 희망하는 '청춘'을 주제로 창작소리 무대를 보여준다.

소리꾼 박인혜
판소리 '춘향가'의 귀곡성과 강릉단오굿 무가를 동기로 한 <귀연>, 판소리 심청가를 동기로 한 <청, 바다가 되다>, 러시아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된 고전영화 <심청>(1937, 안석영)의 복원연주인 <그 전야> 등 개성 넘치는 8개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박인혜는 이번 무대에서 기존 판소리 캐릭터를 현재 우리의 모습으로 새롭게 해석하기도 하고, 판소리의 성음과 음색을 다양한 노래와 접목하며 더 큰 울림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서정호 주무관은 "그동안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던 젊은 국악인들에게 '공감! 청년국악'은 이들의 젊은 국악 세계를 발표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당부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