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한 40여 점이 관객을 반긴다. 도시의 어두운 모습에 주목했던 70~80년대 초기작에서, 자연 풍경을 중심으로 그렸던 90년대 이후 작품까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힘 있는 붓질로 그려졌지만 형태를 구분할 수 있었던 초기작품들에서는 작가가 가까이에서 보고 느꼈던 풍경들을 표현했다. 작가는 공장지대, 달동네 등의 그림을 조형적인 구성과 거친 터치, 눈에 띄는 색을 사용해 묘사했다.
이때의 작업들은 풍경을 단순히 화폭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풍경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시인 정호승은 이를 두고 "민중적 서정성"이라고 말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주제는 자연 풍경으로 옮겨오는데, 주제의 변화와 더불어 화풍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이 시기에 작가의 작품은 보다 추상적이고 조형적인데, 관람객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자연 풍경의 '근원적인' 모습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커다란 뼈대만 남은 대상들은 하나의 객체라기보다 '힘', '생동'의 상징이 된다. "오늘을 사는 다정한 이웃과 성실한 이웃, 외로움을 아는 이웃,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과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3월 11일부터 4월 3일까지.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