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에서'
40년간 특유의 추상적인 화풍으로 작업을 이어왔던 작가 이상국의 개인전이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00년 개인전에 이어 10년 만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전시는 작가의 회고전에 가깝다.

1977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한 40여 점이 관객을 반긴다. 도시의 어두운 모습에 주목했던 70~80년대 초기작에서, 자연 풍경을 중심으로 그렸던 90년대 이후 작품까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힘 있는 붓질로 그려졌지만 형태를 구분할 수 있었던 초기작품들에서는 작가가 가까이에서 보고 느꼈던 풍경들을 표현했다. 작가는 공장지대, 달동네 등의 그림을 조형적인 구성과 거친 터치, 눈에 띄는 색을 사용해 묘사했다.

이때의 작업들은 풍경을 단순히 화폭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풍경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시인 정호승은 이를 두고 "민중적 서정성"이라고 말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주제는 자연 풍경으로 옮겨오는데, 주제의 변화와 더불어 화풍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이 시기에 작가의 작품은 보다 추상적이고 조형적인데, 관람객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자연 풍경의 '근원적인' 모습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커다란 뼈대만 남은 대상들은 하나의 객체라기보다 '힘', '생동'의 상징이 된다. "오늘을 사는 다정한 이웃과 성실한 이웃, 외로움을 아는 이웃,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과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3월 11일부터 4월 3일까지.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