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문 전봇대'
'Pick-up' 시리즈를 이어오던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대부분의 면이 노랗게 그어져 마치 펜화처럼 보이는 사진 작업은 관람객을 의아하게 만든다.

작품의 일부에서 보이는 실사 이미지가 겨우 작업이 사진에서 출발했음을 알려줄 뿐, 작품 전반의 분위기는 흡사 손으로 그린 회화에 가깝고, 사진이 가지는 실사 모방의 특징은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35°-두 번째 이야기>전에서 작가 이길렬의 작업들은 모두 사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근거 없이 모여 있는 풍경들의 응집인 사진을 '긁고 문지르고 벗겨내는 과정'을 통해 사진의 일방적인 면모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찍고자 한 대상을 바라보는 데에 방해가 되는 어떤 '관계적 사물들'을 손으로 찬찬히 지워 나간다. 사진은 한정된 시간 안에 함께한 인물이나 사건, 배경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로, 포커스를 맞춘 대상뿐만 아니라 사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객체들로 사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작가는 제목에서 보이듯 35°에 주목하고 있는데, 작가가 이야기하는 35°는 "고꾸라지거나 뒤집히지 않으려는 각도이며 쓰러지거나 뒹굴지 않으려는 각도"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신체와 한계, 35°로 이루어진 어떤 것들이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규칙에 주목하고자 했다. 35°의 경사를 찍은, 그러나 형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사진들은 우리에게 어떤 '관계'를 돌아보게 할까.

3월 23일에서 4월 5일까지. 갤러리 룩스. 02)720-848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