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에 파묻혀있다. 가만히 앉아 돈을 세느라 옆구리에 들어찬 군살과, 인생의 골목마다 만나는 살(煞,액운).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살이다. 연극 <살>의 '신우'는 욕망에 충실하다.

환 딜러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이기적이며 폭식을 즐긴다. 도무지 살과 이별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어머니의 간암 소식을 듣고 이식 수술을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살은 좀처럼 빠질 생각을 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한 회사에서는 고액 연봉의 조건으로 간 이식 수술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여기에 수사당국으로부터 인터넷 논객 '프로메테우스'라는 의심까지 받게 된 신우. 그야말로 '생간이 쪼이는' 고통을 느끼는 신우는 옛 연인인 '안나'와 '프로메테우스적 삶'에 대해 논한다.

간암, 간 이식 수술, 지방간, 생간이 쪼이는 고통 등으로 작품 전반에 모습을 드러내는 '간'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고뇌를 지닌 신우의 상징적 오브제다. 연출가 안경모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을 "탐욕과 결핍과 중독을 강요받는 인간 프로메테우스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욕망의 순환고리 안에서 끊임없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전한다.

연극 <살>은 연극 <고래>를 썼던 작가 이해성과 연극 <해무>를 이끈 연출가 안경모의 앙상블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역량 있는 젊은 배우 18명이 참여한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센터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의 2011년 개막작이다.

4월 1일부터 17일까지. 02)758-215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