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Myself'전마그리트, 자코메티, 브랑쿠지, 장 쿠르베 회화, 조각, 가구 한자리에

르네 마그리트 '모래시계의 저주'
회화를 비롯해 조각, 예술가구에 이르기까지 세계 거장들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드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3월 15일부터 시작한 전이다.

전시에는 우선 초현실주의 회화를 개척한 벨기에 르네 마그리트의 유화 ‘모래시계의 저주’와 부조리한 현실 속 나약한 인간을 표현한 작가 자코메티의 브론즈 조각 ‘The Dog’, ‘Annet’ 가 눈길을 끈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일상의 소재와 공간에 대한 기발한 발상으로 실재와 이미지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관습적 사고의 거부를 제시하며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현실 속의 모든 것들에 대해 질문과 의문을 던진다.

마그리트 등과 초현실주의 미술운동에 참여했다가 방향을 바꿔 인간의 실존 문제에 천착한 자코메티는 지난해 2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작품 ‘걷는 사람(1961년작)’이 1억416만 달러(한화 약 1197억 원)에 팔리며 현대미술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번 전시작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작품 ‘The Dog’은 바쁜 날숨을 쉬며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 현대 사회 직장인들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콘스탄틴 브랑쿠지 '얼굴'
전시에는 현대 조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콘스탄틴 브랑쿠지의 브론즈 조각 ‘얼굴’작품도 포함됐다. 그는 피카소, 움베르토 보치오니와 교류하며 인체를 간결하고 완전한 단일 오브제로 해석했던 작가다.

한국 작가 중에는 추상미술의 원로인 재미작가 곽훈을 비롯, 한국 팝아트의 중견인 변대용, 최인선, 미디어아티스트 양만기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디자인의 대가들 작품도 선보인다. 20세기 디자인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꼽히는 스틸(Steel)가구 디자인의 대가이자, 알루미늄 건축 및 조립식 가옥의 선구자인 장 푸르베의 가구, 스칸디나비안 가구의 선구자로,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조화된 가구를 제작했던 핀 욜의 가구 등이 출품됐다. 한국에서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추구하는 강정태의 가구가 선보인다.

예화랑 김방은 대표는 “빠르게 스쳐가는 도시 생활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기도 한다”면서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작품, 조각, 가구 등을 감상하면서 일상이 풍요로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20세기 모던 디자이너들의 오래되고 스토리 가득한 가구들이 거장의 명작들과 함께 연출됨으로써 공간을 설계하는 감각이 가구들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리고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예술로 진화한 가구 디자인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The Dog'
4월 6일까지 전시. 02)542-5543

허진 '억압된 일탈'전

지난 20여 년 동안 인간과 자연의 공생 관계에 천착해온 허진 작가의 새로운 지적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성곡미술관에서 3월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억압된 일탈>전으로 고도로 물질화된 현대과학문명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인간실존에 대한 반성적 탐구와 환경과 생태, 이주와 정주 등의 문제를 허 작가 특유의 비판적 시각과 현재적, 미래적 해석이 가해진 근작 40여 점으로 꾸며졌다.

전시는 세 섹션으로 나뉘어 허 작가가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꿈꿔왔던 일탈에의 욕망과 의지를 보여준다.

첫 섹션인 설치작업 '노마드/안티-노마드' 코너는 물질∙과학만능과 본격적인 전 지구화시대 속에서 좌표를 잃고 방랑하는 현대인의 상처 입은 영혼과 끝없는 정착에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전한다.

강정태 디자이너의 가구 작품
두 번째 섹션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생태순환'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전공학'의 가능성과 폐해, 과학자의 특별한 윤리의식을 지적한다. 태생이 다른 동물들의 털을 상호 이식하듯 붙이거나 섞어내어 하나의 강제된 몸통으로 드러내는 시각적 이종교배가 눈길을 끈다.

세 번째 섹션 '유목동물,익명인간'은 허 작가가 20여 년 동안 천착한 대표적 명제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인간과 동물, 인공과 자연이 끊임없이 상호 순환, 반복, 개입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문제들을 상기시킨다.

허 작가의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 관계에 우려를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화면 속에 자주 등장하면서, 희망과 소통의 가능성과 증거로 작용하는 말(馬)이라든가 어릴 적 기억을 현재 시제와 결합하는 '생태순환도' 등이 그러하다.

자연과 인간,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생의 세상을 꿈꾸게 하는 전시는 4월 24일까지 이어진다. 02)737-7650


'억압된 일탈' 제2 전시장 '이종융 합동물+유토피아, 생태순환'
최인선 '미술관 실내'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