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경 전개인의 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생각 화면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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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성의 신체는 크게 두 가지로 양분돼 있다. 우선 하나는 남성중심적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으로서의 몸이다. S라인을 만들기 위한 각종 체형 관리 프로젝트, 성형수술 붐은 남성사회가 구축해놓은 '예쁜 여자' 상의 충분조건에 여성의 몸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사회의 조명은 남성이 설정한 '예쁜 여자'에게만 집중되고, 따라서 주목받기를 원하는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이들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이런 흐름에서 비켜 있는 여성의 몸이다. 앞의 '예쁜 여자'에의 추종이 허상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의 몸은 말 그대로 실재하는 몸이다. 하지만 '대세'인 '예쁜 여자'에 부합하지 않는 나머지 신체들은 자연스럽게 '예쁘지 않은 여자'가 된다.

문제는 여성들 자신이 이런 메커니즘에서 자연스럽게 '예쁘지 않음'을 스스로 죄악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는 이런 남성중심의 여성 신체 왜곡에 맞서 본연의 몸을 그리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오는 4월 2일부터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열리는 권민경 작가의 <거짓된 이야기(FAKE TALE)> 전은 이 같은 여성 신체에 대한 외부의 시선과 사회문화적 편견을 자신의 몸을 통해 타파하려는 시도다. 항상 작품 속에 여성을 등장시켜온 권민경 작가는 이번에도 여성의 몸을 피사체로 삼았다.

독립기념일
단, 이번에는 그 몸이 자신의 몸이다. 권 작가는 작업의 시작을 우선 여성인 자신의 몸과 욕망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사회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몸,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몸에 대한 고민과 상상을 이미지화하기 위해서 나의 몸을 소재로 삼아 찍은 사진과 드로잉 등을 혼합했다. 그리고 개인의 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화면에 담았다."

그 자신이 직접 그림의 구도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과정은 퍼포먼스와도 닿아 있다. 자신의 벗은 몸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뒤 수집해둔 다른 배경 이미지와 합성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합성된 디지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이때 작품에서는 그 안에 있던 서사 구조가 드러나면서 왜곡된 현실을 풍자하는 메시지가 발화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작가의 생각은 오롯이 작품의 구도에 반영돼 있다. 가령 풍선 입간판 옆에서 비슷한 옷을 풍선의 포즈를 따라하는 여자나, 지하철에서 '쩍벌남'처럼 양다리를 한껏 벌려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벗은 몸의 여자들은 그 미장센만으로 현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

권 작가는 "이 작품들처럼 '환상적 허구(fake tale)'는 익숙한 동화(fairy tale)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우습고도 씁쓸한 단면을 바라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4월 30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린다. 02-720-4414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