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age to kurt Godel #1'
"이것은 예술인가?" 전시장을 들어서는 관람객에게 던지기에는 조금 뜨악한 질문이다. 그러나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을 마주함과 동시에, 관람객 역시 같은 물음을 갖게 될 것이다.

정삼각형,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산재하는 도식들은 단번에 거부반응을 만들어내고, 다만 수학식을 그렸을 뿐인데 '예술인지, 아닌지'를 헷갈리게 만든다. 베르나르 브네는 이런 반응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연 풍경을 그린 꾸르베의 작품은 미술인가, 자연 과학인가?"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이질성 덕분'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관람객이 제한하는 예술의 한계와, 새로운 요소를 끌어들여 무한히 넓어질 수 있는 예술의 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했다. 재료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순간 예술의 지평은 좁아질 것이고, 종래에는 종말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예술의 종언은 아직 우리에게 임박해 있지 않다"는 말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다. 다시 말해, 베르나르 브네의 '수학식 그림'은 충분히 회화이며, 예술일 수 있다.

브네의 캔버스는 단색과 도형, 수나 기호로 채워져 회화적 아름다움에서 멀어진 듯하지만,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정돈된 아름다움은 그의 회화가 예술임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페인팅, 조각, 퍼포먼스, 사진, 영화, 음악, 무용 등 각 장르와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브네의 이번 전시에는 1959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40여 점이 걸린다. 수학적 기호를 작품에 사용하는 베르나르 브네의 전시를 통해, 합리성에 기반을 둔 표현이 강한 서구 미술 전통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월 9일부터 4월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02)2124-88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