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삼대'
염상섭의 '삼대'는 조각나고 해체되어 읽을 수 없고,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신체기관들과 보들레르의 만남은 편치 않다. 얇은 띠로 만들어져 병 안에 들어간 '태백산맥'이나 띄엄띄엄 잘려나간 '무진기행'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최진아는 이 작업이 '문학가들에게 보내는 경의'라 말한다. 왜일까.

설치미술로 변화한 문학은 그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하나의 이미지화된 작품으로 오롯이 관람객 앞에 설 수 있다. 일정한 규격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들은 해체됨과 동시에 이전과 다른 방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른 장르와 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객관적으로 공유되는 지식과 정보가 독서의 경험을 통해 주관적으로 사유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책을 병 속에 봉인하고 재구성"하고, 문학작품의 명사나 조사를 잘라내는 작업을 통해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초월하는 언어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어쩌면,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어떤 제약도 없이 효과적으로 상기시키는 문학이 평면 텍스트에 국한되는 것은 문학의 가능성을 한정짓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에 있어서, 작가는 "시인은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사회적 언어를 내면화하여 자기만의 새로운 언어로 재창조한다"는 말을 통해 시와 신체기관의 만남을 설명했다.

'문학은 가슴을 채우는 불멸의 언어'라 말하는 최진아의 <문학을 위하여>전이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다.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문학과 미술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월 23일부터 4월 16일까지. 02)760-472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