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의 두 원로를 그린 오마주 작품 <3월의 눈>을 선보였던 국립극단이 인생의 원로 '노인'을 주제로 한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린다.

연극 <환혼의 시>는 "당신의 외로움과 위태로움을 삽니다"라는 테마 아래 노인 '이배만'과 사업가 '박용식'을 중심으로 노인의 위태로운 자존감과 부조리한 현실을 그렸다. 2011 '국립극단 봄마당'의 4월 연극.

노인 이배만은 중년의 사업가 박용식의 끈질긴 권유에 철거 직전의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온다. 남자는 '국가를 세우는 데 공이 있었다'며 노인을 정중하게 대하고, 노인은 사업가의 과한 칠절에 자리를 뜨지 못한다.

결국 남자의 간청에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노인. 노인과 남자가 아파트에 머무는 동안, 기자 '최병진'이 젊은 남자 '정지석'이 찾아온다. 노인은 최병진, 정지석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유공자로서 지켜오던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사업가인 남자는 상처 입은 노인의 자존심을 치켜세우며 '국가의 건설과 이념에 봉사할' 사업을 함께 하자고 하는데.

지나친 호의와 무너져가는 아파트, 누가 봐도 의심할 만한 상황이지만, 노인은 냉정해지지 못한다. '애국'이라는 명목 아래 지켜지는 노인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노인의 위태로운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노인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명분이 되고, 국가유공자는 내실 없는 허울에 불과하다. 극작가 이철과 연출가 박새성이 만나 이야기하는 '황혼의 삶'에 귀 기울여 보자.

4월 2일부터 4월 10일까지. 소극장판. 02)3279-223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