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화제]'이산과 귀향' 주제, 8명 작가에 대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

작가 김남천
김남천 노천명 박영준 안수길 윤곤강 윤석중 이원수 정비석.

1911년에 태어나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의 문학축제가 열린다. '2011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획위원회(위원장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4월 7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학 행사를 개최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행사다.

근대문학의 모티프 이산과 귀향

카프 문학의 대표자인 김남천과 여류 , 는 1911년 태생이란 점을 빼곤 공통점이 그려지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전성기를 맞은 과 소설가 김남천, 이 <소설 손자병법>의 작가 정비석과 동갑내기란 사실은 얼핏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 다양한 문인들을 하나로 묶는 기념문학제의 주제는 '이산과 귀향, 한국문학의 새 영토.' 황현산 기획위원장은 "식민지 억압이 더욱 깊어져 가는 가운데 작가들은 자주 고향 또는 실향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시인 노천명
"당시 작가들에게 고향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창이 됩니다. 같은 시기 서구 문학사에서는 프루스트나 베르그송 등 추억과 시간에 대한 사유로 표현됩니다. 20세기 우리가 고향의 문제를 화두로 삼는 것은 어느 정도 세계사적인 문학사의 정전적 테마이고 보조를 같이하는 셈이죠."

사실주의 작가 안수길은 고향을 그리는 방식으로 실향문제를 썼다. 예컨대 그의 대표작 <북간도>는 만주로 이주한 실향민들의 이야기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 터전을 만들고 거기에 뿌리내리려 한다. 그들은 두고 온 고향으로 돌아오진 않지만, 이 고향은 새로 구축하려는 삶의 터전에 원형이 된다.

노천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거의 한 권이 전체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되어 있다. 박영준의 농촌소설에 드러난 고향은 척박한 삶이 완전하게는 꺾일 수 없는 인간성의 시금석, 인간애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다. 김남천의 장편 <대하>에서 고향은 모순덩어리인 삶이 가라앉아 있는 자리이자, 그 모순들이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공간이다.

7일 심포지엄에서는 '사슴의 시인'으로 불리는 노천명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에 대한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이어 오후에는 한국 아동문학계의 두 흐름 윤석중과 이원수, <자유부인>의 정비석과 <북향보>의 안수길, 한국 농민소설의 대표적 작가 박영준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준비돼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원수 등의 친일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근대문학의 일부라는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이번 축제는 7일 심포지엄, 8일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 학술대회, 문학그림전, 서지집 발간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그림전'은 8∼10월 중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등지에서 진행된다. 윤석중과 이원수의 소설을 황주리와 이인 등 화가 10명이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별 심포지엄인 '탄생 100주년 근대문인들의 문학세계-학술대회'는 한국근대문학회와 공동으로 6월 18일 고려대에서 치른다. '윤석중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와 함께 8월 27일 연세대에서 열린다.

탄생 100주년 맞은 문인 누가 있나?

기념문학제가 집계한 1911년 생 국내 문인은 총 12명이다. 소설가 김남천, 박영준, 안수길, 정비석과 , 윤곤강, 김도성, 정훈, 조애영, 아동문학가 윤석중, 이원수, 극작가 박동화가 그들. 기념문학제 측은 이 중 김도성, 박동화, 정훈, 조애영을 제외한 8명에 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1911년생 작가는 다. 한국 리얼리즘 동화의 원조로 불리지만, 식민지 수탈이 강화되면서 작가는 친일에 경도된다. 김상욱 춘천교대 교수는 "이원수 문학 속에 공존하는 이들 두 가지 극단적인 계기로 말미암아 지금의 한국 아동문학 연구는 망연자실한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심포지엄 논문 '이원수 문학을 보는 세 가지 시선'에서 이원수의 본령에 해당하는 동시와 쟁점이 되는 친일문학, 이후 그 잔영에서 새롭게 개척하는 문학적 실천을 함께 살핀다.

아동문학 작가 윤석중
노천명은 낭만주의적 시의식을 토대로 내면 의식의 탐구와 새로운 언어 감각의 발견에 노력했던 시인이다. 특히 여성시인으로 여성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인간과 정서를 다루는 데 능했다. 그녀 역시 친일 전력으로 지식인 사회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비석의 대표작 <자유부인>은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 직후 급격히 변하는 세태와 풍속을 감각적 문체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형상화한다. 특히 중상류층 여성 사이 번진 댄스열풍과 계모임, 새로운 의상과 미용 등 일상 문화를 부각한 세태 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소설가 정비석
시인 윤곤강
소설가 안수길
소설가 박영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